[뉴스락] 2026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대도약을 향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불거졌던 의약품 관세 및 약가 정책의 불확실성이 걷히며 시장이 점차 안정 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구체화와 약가 인하 협상 타결로 리스크가 해소된 가운데,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와 사업개발 활성화가 맞물리며 국내 기업들의 북미 시장 공략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양대 산맥인 유한양행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획득한 폐암 신약 '렉라자'를 앞세워 상업화 성과를 본격화하는 유한양행과 독보적인 생산 역량으로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여줄 시너지에 기대가 모인다.
<뉴스락>뉴스락>은 신약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는 유한양행과 초격차 생산 전략으로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년 전략과 향후 전망을 집중 조명했다.
'렉라자'가 연 K-신약의 길, 글로벌 영토 확장의 신호탄 쏘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은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톱 50 제약사' 진입을 선언하며 세계 시장을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국내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신약 개발과 상업화에 성공하며 한국 제약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8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으며 저력을 입증했다.
자사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FDA 승인을 획득한 것이다.
이는 국내 약가 인하 정책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는 타 제약사들과 달리 일찍이 신약 중심의 체질 개선에 주력한 유한양행의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수년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2023년 1945억 원, 2024년 2688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1595억 원을 추가로 집행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이러한 자금력은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해외 라이선싱 강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첨단 R&D 시스템 구축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포스트 렉라자를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미국 제약사 스파인바이오파마에 수출한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은 현재 임상 시험 중이다.
비록 임상 3상의 1차 평가지표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 고전을 겪기도 했으나 현재 FDA와 두 번째 3상에 대한 가속 승인을 논의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유한양행의 핵심 전략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개방형 혁신'이다. 검증된 해외 파트너사와 협력해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상업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렉라자의 FDA 승인을 기점으로 유한양행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며 외형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렉라자는 상업화 신약 중 가장 기대되는 제품으로 국산 신약의 글로벌 시장 침투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유한양행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 33%가량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송도 넘어 메릴랜드까지... 삼성바이오, 글로벌 공급망의 '심장' 노린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선두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존 림)는 신년사에서 '4E·3S' 전략을 공표하며 세계 최고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시한 4E 전략은 ▲고객 만족(Customer) ▲품질(Quality) ▲운영 효율(Operational) ▲임직원 역량(People)에서의 탁월함(Excellence)을 뜻하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3S 전략은 공정의 ▲단순화(Simplification) ▲표준화(Standardization) ▲확장성(Scalability)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이 공식 발효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북미 시장 공략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우려 기업의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중국 제약사들에 대한 제한의 일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탈중국' 기조가 강해지면서 국내 CDMO 기업들이 막대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시장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영국 대형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소재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첫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으며 현지 생산을 선호하는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조 AI를 도입한 첨단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확장을 넘어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운영 효율의 초격차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송도 제1바이오캠퍼스(1~4공장)가 풀가동 중인 가운데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5공장과 향후 증설될 제2바이오캠퍼스(6~8공장)까지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역량은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굳힐 것으로 보인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공장 인수에 따른 초기 통합 비용과 운영비 상승으로 일시적인 수익성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으나 생물보안법 수혜와 5공장 가동률 상승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8.6%, 18.7%가량 동반 상승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가 인하라는 장벽을 넘는 법, 사업 다각화로 '글로벌 동행' 준비할 때
과거 글로벌 빅파마를 추격하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였던 K-바이오는 이제 세계 시장의 표준을 만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진출을 선도하는 유한양행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보는 후발 주자인 국내 바이오 벤처들에 명확한 글로벌 이정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도약의 이면에는 위기감도 공존한다. 해외 공장 신설이나 신약 개발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기업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해외 생산 거점 확보가 어렵다. 이는 현지 생산을 선호하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 구축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특히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해 온 기업들에 단기간 내 신약 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의약품 허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허가·신고된 완제의약품 중 제네릭을 포함한 기타의약품의 비중은 무려 74.6%에 달했다.
이는 신규 의약품 4개 중 3개꼴로 제네릭이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내 제약 산업의 복제약 편중 현상이 여전히 심화돼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제약 시장의 수익성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 제약사들은 경영난을 넘어 폐업 위기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제약사를 향한 R&D 지원만큼이나 소규모 기업을 위한 규제 혁신과 세제 혜택등 맞춤형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규모 제약사들 역시 급변하는 시장에 발맞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생존 전략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2026년은 대한민국 제약 산업이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대형사의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확립과 중소사의 '새로운 생존 동력' 확보가 맞물리는 진정한 K-바이오 대전환의 원년이 될 것이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K-바이오, 혁신 기술로 글로벌 빅파마 도전 단계
정부와 기업이 합심한 도전적 생태계 구축 필수적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단순히 '가능성'을 논하는 단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실질적인 '빅 파마'로 도약해야 할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국가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빅파마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원인으로 과거 제네릭 중심의 안주했던 경영 관행을 꼽으며, 이제는 산업계 전반이 혁신 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이미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FDA 승인을 획득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베스트 케이스'를 만들었다면,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는 독자 개발부터 현지 직접 판매까지 전 과정을 성공시키며 국내 기업도 글로벌 무대에서 홀로서기가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또한 알테오젠, ABL바이오 등 혁신 벤처들이 지난해 20조 원 이상의 기술 수출을 달성한 것은 글로벌 시장이 한국의 기술 가치를 공식 인정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러한 성과 뒤에 가려진 과제 또한 명확히 짚었다.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 중 자체 제품만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곳이 드문 현실은 우리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지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제네릭 중심의 성장이 국민 보건 증진과 산업의 기초를 닦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의 글로벌 경쟁력은 결국 혁신 신약에서 나온다"며 대형 제약사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제약사까지 아우르는 생태계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특히 최근 약가 인하 정책 등으로 중견 제약사들이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과 산업 내 양극화 우려에 대해서는 '도전적인 생태계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형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와 해외 거점 확보에 주력하고 중견·중소 기업은 그에 발맞춰 특화된 혁신 기술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산업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생태계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단순히 규모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기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리더는 의지만으로 될 수 없으며, 끊임없는 도전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건강한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이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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