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4분기에는 약 10년 만에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장기화 속에서도 외형 성장은 이어갔으나, 미국 관세 부담과 계절적 비수기, 전사적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수익성은 크게 흔들렸다.
LG전자는 9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9조2025억원, 영업이익 2조4780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9% 수준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외형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디스플레이 제품 수요 회복 지연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27.5% 감소했다.
문제는 4분기 실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8538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1094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2016년 4분기 이후 약 10년 만의 분기 영업적자다. 증권가가 적자 전환 자체는 예상했지만, 손실 규모는 시장 컨센서스(영업손실 84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4분기 적자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전 시장 특유의 ‘상고하저’ 흐름 속에 미국 관세 부담이 본격화됐고, 하반기 전사적으로 단행한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도 반영됐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MS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증권가에서는 관세 비용과 인력 효율화 관련 비용을 합쳐 3000억원대 부담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MS·HS사업본부 모두 4분기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과 저가 공세, 미국의 10% 보편관세와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 제품 기반 사업은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반면 신성장 축으로 키워온 사업은 비교적 선방했다. 전장(VS)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 생활가전 역시 볼륨존 공략과 가전 구독 사업의 안정적 성장으로 연간 실적을 방어했다. 전 세계 약 2억6000만대 기기를 기반으로 한 webOS 플랫폼 사업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비(非) 하드웨어 수익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흐름을 ‘질적 성장’ 전환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사 매출에서 전장·냉난방공조(HVAC) 등 B2B, webOS·유지보수 등 Non-HW, 가전 구독·온라인 중심의 D2C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부담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정비 구조를 완화하고 변동성 대응력을 높이는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LG전자는 수익성 중심의 성장 구조를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생산지 운영 효율화와 운영 개선을 통해 미국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전장·HVAC 등 B2B 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생활가전은 빌트인 가전과 부품 설루션 등 B2B 영역을 확대하고, TV·IT 사업은 webOS 플랫폼과 라이프스타일 TV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우스 등 성장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전장 사업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넘어 인공지능 중심 차량(AIDV)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냉난방공조 사업은 공기·액체 냉각을 아우르는 기술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는 계절적 성수기와 함께 구조 개선 효과가 반영되며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는 최근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경쟁의 생태계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이를 뛰어넘는 속도와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매출과 10년 만의 분기 적자가 동시에 나타난 지난해 실적은 LG전자의 ‘질적 성장’ 전략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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