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13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을 둘러싼 관심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이 오가는 기존의 ‘양자 셔틀외교’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이 한·중·일 3국 간 대화와 소통을 잇는 연결 고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 이어지는 이번 방일 일정은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가늠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초청으로 이달 13~14일 이틀간 일본 나라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3일 오후 나라에 도착해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을 갖고, 지역·글로벌 현안과 경제·사회·문화 등 민생에 직결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14일에는 양 정상이 친교 행사를 함께하고, 이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를 가진 뒤 귀국한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이시바 시게루 퇴임 이후에도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와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카이치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고 ‘셔틀외교 지속’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중·일 갈등 국면에서 이뤄진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관련한 일본 측 반응도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한국이) 민감한 이야기를 안 해줘서 고맙다는 톤의 보도가 많았다”며 “실제로 이 대통령이 중국 측과 민감한 이야기를 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일의 외교적 무게는 직전에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과 맞물리며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7일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과 회담하며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을 모색했다. 특히 중국 측은 비공개 회담을 포함해 최근 격화된 중·일 갈등에 대한 입장을 강도 높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중국 입장을 지지하거나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시 주석은 지난 5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친중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지 이틀 만에 열린 회담이라는 점에서 한미일 협력 구도에 있는 한국 측을 향한 중국의 입장이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이 대통령은 7일 상하이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착하게 잘 살자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중국이 일본에 이중용도 물자(민간·군용 겸용)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양국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라며 “때가 되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른들도 뭔가 실제 이유가 있어서 다툴 때 옆에서 끼어들면 양쪽으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 있다”며 “상황을 잘 보고 정말 우리의 역할이 필요하고 실효적일 때, 의미 있을 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이밍과 실효성을 중시하는 실용외교 기조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와 관련한 일본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일본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겉으로는 중국과의 ‘전략적 호혜 관계’를 표방하지만 대만 문제와 역사 인식과 안보 환경 변화를 둘러싼 긴장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중 정상 간에 어떤 인식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중·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양측 모두와 정상 간 신뢰 채널을 유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한일 협력 의제를 논의하는 동시에 역내 긴장을 관리하는 완충 지대로서 한국의 위치와 역할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더라도 대화를 이어갈 여지를 만들고 갈등 수위를 관리하는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더불어 사안별로 협력의 접점을 넓히고 필요할 경우 강대국 사이에서 조율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외교 역량이 함께 요구된다. 강대국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조정하며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서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일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들과의 연쇄 접촉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실용외교 행보가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일 외교의 연결 고리로 다시 한 번 역할을 확대해 동북아 외교 지형 속에서 실질적인 조정과 관리의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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