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명 쫓아내고 "땅값 오르니 기다려라"… 안산시의회, 상인 두 번 죽인 황당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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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명 쫓아내고 "땅값 오르니 기다려라"… 안산시의회, 상인 두 번 죽인 황당 삭감

경기연합신문 2026-01-09 14:24: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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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경기연합신문) 홍희준 발행인

안산시의회 전경
안산시의회 전경

"시청 말 믿고 가게 비워줬더니, 이제 와서 의회가 밥상을 엎습니까? 이게 시민을 위한 정치입니까?"

안산시민시장 부지 매각 사업이 안산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좌초 위기에 처하자, 생계 터전을 잃은 상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안산시의회는 지난달 18일, 이미 상임위와 예결위를 통과한 시민시장 부지 개발 감정평가 수수료 2억6천만원을 본회의에서 기습적으로 전액 삭감했다.

의회의 논리 "순서가 틀렸다" vs 전문가 "그게 무슨 소리냐"

예산 삭감을 주도한 박은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시지가가 오르고 있으니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 "지목 변경과 토지 합필을 먼저 한 뒤에 감정평가를 해야 땅값을 제대로 받는다"고 주장했다.

안산시의회는 지난달 18일 열린 제300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안산시민시장 부지개발사업 감정평가 수수료 예산안을 수정안으로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7표로 해당 예산 2억6천만원 전액이 삭감됐다. 이 예산은 이미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였으나 본회의 단계에서 전액 삭감되는 이례적 결정이 내려졌다.

언뜻 보면 시 재정을 아끼려는 충정처럼 들린다. 그러나 도시계획 및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행정의 기본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 도시개발 전문가는 "지목 변경은 통상 개발 계획이 확정되거나 준공된 후에 이루어지는 후행 절차"라며 "맨땅 상태에서 지목부터 바꾸라는 건, 아이도 안 낳았는데 출생신고부터 하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안산시민시장 생존권 사수 대책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지목 변경은 건축 또는 개발 완료 이후 가능한 절차인데, 이를 선행하라는 요구는 법률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목 변경은 공사가 준공된 이후에만 가능한데도 법을 어기고 선행 절차를 밟으라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자 위법 강요"라고 반박했다.

"약속 믿은 죄밖에 없다"… 피눈물 흘리는 상인들

가장 큰 피해자는 상인들이다. 안산시민시장 상인 189명은 안산시와의 협의 끝에 지난 7월, 보상 합의를 믿고 자발적으로 점포를 비웠다. 현재 시장 부지는 펜스가 쳐진 채 텅 비어 있다.

안산시민시장
안산시민시장

안산시민시장은 1997년 개장 이후 28년간 전통시장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소비 패턴 변화, 인근 재건축 영향 등으로 매출 감소가 지속되며 부지 매각 및 민간 개발이 추진됐다. 안산시는 상인 생계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년간 협의를 진행했고, 상인 189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점포를 반환하고 이주를 완료했다.

안산시민시장 생존권 사수 대책위는 "우리는 시 정책에 협조해 생업까지 포기하고 나갔다. 그런데 의회가 공시지가 상승이라는 핑계로 사업을 무기한 연기시킨 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경기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책위는 "안산시와 시의회의 사업 추진 약속을 믿고 189명의 상인이 생계 터전을 자발적으로 비웠다"며 "이미 모든 절차를 이행한 이후 예산을 삭감한 것은 행정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예산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안산시의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집회는 물론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소속 시의원들이 당론을 앞세워 상인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는데도 지역구 국회의원이 방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내년 지방선거 심판론 부상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삭감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집행부의 핵심 사업에 제동을 걸어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애꿎은 상인들만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시민시장 매각은 시와 시의회, 상인 간 오랜 협의를 거쳐 추진된 사안"이라며 "감정평가 절차 없이는 매각 자체가 불가능해 예산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상인들이 이미 전원 이주를 완료한 만큼, 시의회와 협의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시 의회
안산시 의회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약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예산 삭감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의원들이 민생, 민생 외치더니 결국 하는 짓은 민생 파탄"이라며 "전문성도 없이 억지 논리로 행정을 마비시키는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서 반드시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예산안은 상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미 두 차례 심사를 통과한 예산이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된 사례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인 전원이 이주를 완료한 이후 예산을 삭감한 점은 향후 유사 개발 사업에서 행정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민시장 예산 삭감 사태는 안산시, 시의회, 상인 간 3자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예산 복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편집자 주]

본지는 이번 예산 삭감 과정에서 제기된 "지목 변경 선행" 주장에 대해 행정 실무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결과, 이는 통상적 절차와 다르다는 의견을 확인했다. 의회의 행정 견제는 필요하나, 전문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취재 = 안산시의회 제300회 정례회 회의록, 경기일보 보도, 안산시민시장 생존권 사수 대책위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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