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2.0%로 제시하며 적극적인 거시정책과 과감한 첨단산업 투자를 통해 저성장 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해 1.0% 안팎에 그친 성장률을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려, 잠재성장률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6년 경제성장전략(옛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새해 기획예산처 분리 이후 출범한 재정경제부가 단독으로 내놓은 첫 경제 청사진으로, 정부는 올해를 ‘대한민국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광복 100주년인 2045년을 목표 시점으로 하는 장기 성장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2.0%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각각 1.8%)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보다 0.2%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단순한 희망 수치가 아닌, 정책 효과와 부문별 회복 가능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중간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반드시 성장전략 과제를 달성해 2%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현”이라며 “지난해가 경제 회복의 해였다면, 올해는 경제 대도약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내수·수출 동반 회복 기대…건설투자 플러스 전환 전망
정부는 올해 성장 반등의 동력으로 내수 개선과 수출 호조를 동시에 지목했다. 재정경제부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3%에서 올해 1.7%로 높아지고, 지난해 -9% 안팎까지 급감했던 건설투자는 2%대 증가로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반도체 글로벌 매출이 전년 대비 40~70%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체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3.8%에서 올해 4.2%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총지출을 전년 대비 8.1% 확대하고,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 공급도 20조 원 이상 늘려 경기 하방 위험을 완화할 방침이다. 다만 외환·부동산 시장 변동성, 가계부채, 새마을금고 등 금융 리스크에 대한 관리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잠재성장률 반등에 방점…“2030년 1%, 2040년 0%대 추락 우려”
이번 성장전략의 핵심은 단기 경기 부양을 넘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 전환에 있다. 정부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초반 5%대에서 최근 2%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대에는 1% 내외, 2040년대에는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자본 축적 둔화, 총요소생산성 정체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진 뒤에는 되돌리는 비용이 훨씬 커진다”며 올해를 구조 전환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성장전략은 ▲거시경제 적극 관리 ▲잠재성장률 반등 ▲국민 균형성장 및 양극화 극복 ▲대도약 기반 강화 등 4대 정책 방향 아래 15대 핵심 과제와 50~60개 세부 과제로 구성됐다.
▲반도체·방산·AI·바이오 집중 육성…‘한국판 IRA’ 도입 검토
잠재성장률 반등의 핵심 수단으로 정부는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도체, 방위산업, 바이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K-컬처, 녹색전환(GX) 등이 중점 분야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대통령 소속 ‘반도체 산업경쟁력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K-방산은 세계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AI 분야에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연내 착공하고, 바이오·콘텐츠 산업도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내생산 촉진세제’ 도입도 예고했다.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국내 생산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으로, 반도체 포함 여부와 ‘체리피킹’을 막을 장치 등을 검토해 7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전략기술 범위도 확대된다. 차세대 전력(에너지) 반도체 기술과 LNG 화물창 기술을 새로 지정하고, 그래핀·특수탄소강 등 신성장 원천기술도 추가한다.
▲장기 투자 유도·국부펀드 신설…금융·자본시장 개편
금융 부문에서는 ‘생산적 금융’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3분기 출시 예정인 6000억 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장기 투자할 경우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또 국내 주식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보다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내 시장 전용 ISA’를 신설한다. 투자 대상은 국내 주식·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으로 제한된다.
이와 함께 초기 자본금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도 추진한다. 정부 출자주식과 물납주식의 현물출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싱가포르 테마섹과 같은 상업적 투자 모델을 통해 장기적 국부를 축적한다는 구상이다.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원화 국제화 발판
정부는 이번 성장전략과 함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시장 지수 편입 로드맵도 공개했다. 올해 6월 MSCI 연례 시장 분류에서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오르고, 내년 선진지수 편입이 결정될 경우 2028년 전후로 대규모 지수 추종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한국 증시를 글로벌 투자처로 재정립하고, 중장기적으로 원화 국제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전략은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경로 자체를 바꾸기 위한 시도”라며 “2026년을 출발점으로 2045년까지 이어지는 경제 대도약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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