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를 대표하며 ‘국민 배우’로 사랑받아온 안성기가 유족과 동료들의 눈물 속에 영면했다.
9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는 유족과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서는 약력 보고에 이어 영화 ‘고래사냥’, ‘하얀전쟁’, ‘무사' 등 대표작을 담은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배우 정우성은 조사에서 2000년 영화 ‘무사’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고인의 따뜻한 인품을 회상했다. 그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절제가 있었다”며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려 했던 선배님은 누구보다 향기롭고 선명한 색으로 빛나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역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의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려 노력하셨다”며 끝내 울먹였다.
장례위원장인 배창호 감독은 1980년 봄 광화문에서 처음 만났던 기억을 전하며 “충무로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촬영 현장을 집처럼 여기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던 분이었다”며 “한국을 대표한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라고 추모했다.
유족을 대표해 인사에 나선 장남 다빈 씨는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것을 가장 경계하던 아버지의 삶을 잘 안다”며 “천국에서도 영화를 생각하며 출연작을 준비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쓴 편지를 읽으며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고인의 메시지를 전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에 앞서 명동성당 대성전에서는 정순택 대주교 집전으로 추모 미사가 열렸다. 정 대주교는 “안성기 형제님은 겸손한 인품과 신앙으로 사랑받은 참다운 스타였다”며 “고단한 시절 국민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한 분”이라고 말했다.
추모 미사와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장지인 양평 별그리다로 향했다. 유족과 동료 배우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명동성당을 떠나는 운구차에 인사하며 고인을 떠나보냈다.
안성기는 5살 때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해 69년간 170여 편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했다. ‘고래사냥’, ‘하얀전쟁’, ‘투캅스’, ‘실미도’, ‘라디오스타’, ‘부러진 화살’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모범적인 품행과 연기력으로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 이후 투병 생활을 해왔다.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재발해 회복에 힘썼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6일 만인 5일 별세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