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진실(允)’이라는 이름으로 노무의 온도를 다시 묻다
노무사는 보통 일이 벌어진 뒤에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이 깊어지며 관계가 틀어지고 해결이 시급해진 다음에야 전화가 온다. 윤혜림 노무사는 그 순서를 늘 아쉬워했다. 그는 사건 이후의 노무보다, 사건 이전의 노무가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법을 설명하기 전에 현장의 맥락을 묻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윤율인사노무컨설팅이라는 이름에는 그런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무를 숫자와 규정이 아닌 ‘사람의 언어’로 다루겠다는 다짐이 이곳의 출발점이다.
“법을 원칙으로 사람을 고려하면 해법도 달라집니다”
윤혜림 대표의 이력은 노무사라는 직업과는 다소 다른 지점에서 시작됐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이과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 ‘노무사’는 처음부터 떠올린 선택지는 아니었다. 다만 그는 일찌감치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일, 인사와 현장을 이해하는 역할에는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자격증을 알아보던 과정에서 노무사라는 직업을 인식했고, 이후 전혀 다른 학문을 새로 배우는 도전을 선택했다.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사고방식부터 달라야 했다. 명확한 정답이 있는 문제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법과 제도는 처음엔 낯설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이 윤혜림 대표의 흥미를 자극했다. 법을 공부하며 그는 과거 아르바이트 시절 무심코 넘겼던 권리와 관행을 하나둘 떠올렸다. “그땐 몰라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았더라고요.”
노무사가 된 이후 그는 다양한 업종의 현장을 마주했다. 단순히 법 조항을 설명하는 역할이 아니라, 대표의 시선으로 사업장을 바라보고, 근로자의 입장에서 일터를 이해하는 경험이 쌓였다. 그 과정에서 그의 시야는 빠르게 넓어졌다. 동시에 억울함과 분노, 불안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 직업의 무게도 체감했다. 감정 노동이 적지 않은 직업이지만, 그는 그 지점을 이 일의 본질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그가 노무사의 길을 계속 걷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듣고, 그 삶의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 자신의 성향과 맞았기 때문이다. 윤율인사노무컨설팅이라는 이름에는 윤혜림 대표가 노무를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법과 제도를 다루는 직업이지만, 그보다 앞서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을 마주하고 싶다는 의지였다. 형식적인 상담이 아니라, 의뢰인의 상황을 끝까지 듣고 함께 고민하겠다는 비전. 그 다짐이 이곳의 시작이 됐다.
병의원 인사·노무 관련 특화 컨설팅, ‘윤율‘
윤율인사노무컨설팅의 방향은 분명하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설계다. 윤혜림 대표는 병의원 인사·노무에 특화된 컨설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원 단계에서부터 근로계약서, 급여 체계, 4대보험, 근로시간과 연차 관리까지 기본 구조를 함께 세팅한다. 그는 “대부분의 노무 문제는 시작할 때 이미 씨앗이 뿌려진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허점이 쌓이다가 드러날 뿐이라는 것이다. 사업장이 성장하면서 마주하는 단계 역시 다르다. 5인 기준으로 달라지는 근로기준법 적용, 10인 이상 사업장의 취업규칙, 30인 이상에서 필요한 노사협의회까지. 윤혜림 대표는 사업장의 규모와 방향에 맞춰 필요한 제도를 미리 설명하고, 현장에 실제로 작동하는 규칙으로 설계한다. 취업규칙은 서류를 채우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조직이 서로에게 약속하는 기준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늘 “법에 맞느냐”보다 “현장에서 돌아가느냐”를 먼저 묻는다.
그는 노무사의 역할을 ‘다리’라고 표현한다. 근로자에게는 혼자 말하기 어려운 권리를 근거와 언어로 정리해주고, 사업주에게는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는 다리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위한 법이지만, 현실에서는 사업주에게 노무사가 더 필요한 순간이 많다는 것이 그의 현장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법을 모두 지키면 노무사가 필요 없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은 ‘법의 문장’보다 ‘현실의 적용’에서 막힌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윤율의 역할이다. 최근 그는 프리랜서와 근로자가 혼용되는 계약 구조, 이른바 ‘가짜 3.3 계약’과 같은 실무 리스크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주들이 가장 혼란을 겪는 지점을 교육과 강의 콘텐츠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사업주도 근로자였고, 근로자도 언젠가는 사업주가 될 수 있어요.” 그는 노사 문제를 대립이 아닌 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 인식이 상담의 온도를 결정한다.
윤율의 또 다른 강점은 속도다. 노무사를 찾는 일은 대부분 급한 사정이 있을 때라는 판단에서다. 가능한 한 빠르게 응대하고, 작은 질문에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돌려주기 위해 유사 분야 전문직들과 팀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연락이 잘 되는 노무사’가 의외로 현장에서는 차별점이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윤혜림 대표가 말하는 좋은 노무사는 인간적인 노무사다. 법과 관행, 업종 문화가 충돌할 때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사람이다. 그가 꿈꾸는 좋은 회사의 기준 역시 사람에서 출발한다. 돈보다 먼저 떠올리는 것은 근무 환경, 생활의 편의, 직원이 숨 쉴 수 있는 여유다.
창업 과정에서 사소한 행정 하나까지 직접 결정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확신으로 남았다. 윤율인사노무컨설팅은 아직 성장의 초입에 있다. 하지만 윤혜림 대표의 시선은 분명하다. 사건을 해결하는 노무사가 아니라,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노무사. 오늘의 상담 한 건, 문서 한 줄을 진실하게 쌓아가며 현장의 온도를 조금씩 바꾸는 것. 그 조용한 축적이 이곳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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