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가상자산 분석업체 타이거리서치가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웹3 프로젝트의 99%가 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투자금과 보유 토큰만으로 겨우 버티는 '좀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려한 기술 혁신을 내세우며 수조원대 투자를 유치했지만 실제로는 돈을 벌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는 분석이다.
9일 타이거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0일간 140원(0.1달러) 이상 수익을 올린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200개에 불과했다. 업계에 등록된 수만 개 프로젝트 중 99%가 자체 운영비조차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웹3 프로젝트가 명확한 수익 모델 없이 투기 자금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시장 거품이 꺼지면 대규모 도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웹3 프로젝트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런웨이다. 수익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 용어로 매출이 없어도 직원 월급이나 서버 유지비 같은 운영비는 매달 나간다. 자체 매출이 없는 팀이 이 돈을 마련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은 벤처캐피털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간신히 버티지만 투자금이 바닥나면 그대로 끝이다.
이런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대다수 웹3 프로젝트가 제대로 된 제품 하나 없이 비전만 내세워 대중에게 공개됐고 과하게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들은 실제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증명한 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게 정석인데 웹3는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문제는 토큰을 먼저 상장한 웹3 프로젝트들이 나중에라도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프로젝트가 쏟아지다 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프로젝트는 곧바로 버림받는다. 투자자들이 떠나면 토큰 가격은 떨어지고 프로젝트 생존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웹3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제품 개발보다 당장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제품 경쟁력이 없는 마케팅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둘 중 뭘 선택해도 망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면 투자자들이 관심을 잃어 운영자금을 못 구하고 마케팅에만 매달리면 속 빈 강정이 돼서 결국 외면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극소수지만 제대로 돈을 버는 프로젝트도 있다. 하이퍼리퀴드와 펌프닷펀 같은 프로젝트들의 주가수익비율은 1~17배 수준이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이 31배인 걸 감안하면 이들은 수익에 비해 오히려 저평가돼 있거나 돈을 정말 효율적으로 벌어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적이 좋은 상위 1% 프로젝트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건 거꾸로 나머지 99% 프로젝트들의 가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적도 없이 기대감만으로 수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왜 유독 가상자산 시장에서만 반복되는 걸까.
타이거리서치는 일부 창업자들에게는 제품의 성공이나 완성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자기 돈을 챙기는 게 훨씬 쉬운 게 웹3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똑같이 AAA급 게임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한 두 가상 인물의 사례를 통해 그 내막을 설명했다.
라이언은 게임 개발보다 토큰 상장을 먼저 선택했다. 게임이 나오기도 전에 NFT를 팔아 돈을 벌었고 화려한 계획서를 내세워 게임도 완성 안 된 상태에서 토큰을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토큰 가격을 방어하며 시간을 끌었다. 나중에 게임을 내놓긴 했지만 품질이 형편없었고 실망한 투자자들은 이미 다 떠나버렸다.
라이언은 결국 비난을 받으며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부자가 돼 있었다. 게임 만드는 척하면서 높은 연봉을 받았고 자기가 가진 토큰을 조금씩 팔아 막대한 수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이는 진짜 좋은 게임을 만들려고 했다. 마케팅 대신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데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하지만 고품질 게임 개발에는 몇 년이 걸렸고 그사이 운영자금이 바닥났다. 전통 방식에서는 제품을 실제로 팔기 전까지 창업자가 돈을 벌 방법이 없다. 제이는 몇 번 투자를 받긴 했지만 결국 게임을 완성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라이언과 달리 제이에게는 빚과 실패의 기록만 남았다.
두 사람 모두 결국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누가 돈을 벌었는지는 명확하다. 라이언은 제품 없이도 웹3의 구조를 이용해 부자가 됐고 제이는 좋은 제품을 만들려다 망했다. 이게 지금 웹3 시장의 현실이다.
타이거리서치 관계자는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부풀려진 가치를 이용해 먼저 돈부터 챙기는 게 훨씬 쉽고 빠른 구조"라며 "결국 피해는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씁쓸한 현실이 수익 없는 99%의 웹3 프로젝트가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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