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수 기자
한국의 K-컬쳐가 중국 시장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한 가지 전제가 먼저 필요하다. 중국과 한국의 공연은 상수가 아니다.
늘 같은 조건으로 열려 있는 시장도 아니고,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 적용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중국은 끊임없이 변하는 변수다. 이 변화를 읽지 못하면 어떤 콘텐츠도 방향을 잃는다.
이대로는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콘텐츠의 경쟁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접근 방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중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
필자는 2015년, 중국의 왕홍, 지금으로 치면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을 직접 계약해 한류화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당시에는 중국 내부에서 이미 영향력을 가진 왕홍들을 전면에 세우고, 한국의 기획력과 글로벌 유통을 뒤에서 결합하는 구조였다. 그 시기에는 분명히 작동했다.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왕홍들과 계약을 맺었고, 그들이 보유한 시장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확산됐다. 한류는 외부에서 밀어 넣은 것이 아니라, 중국 내부의 얼굴을 통해 자연스럽게 퍼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환경이다. 그때 통했던 방식조차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플랫폼 구조는 국가 관리 체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고, 규제는 훨씬 정교해졌다. 무엇보다 중국 사회가 외부 문화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과거의 경험을 기준 삼아 중국을 하나의 고정된 시장처럼 바라보고 있다. 중국을 상수로 전제하는 순간, 전략은 이미 늦어진다.
이 인식의 지체는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 문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전히 중국 진출을 이야기하면, 한국 가수가 중국에 가서 공연하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연속성이 없다. 이벤트는 가능할지 몰라도 산업은 남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방식이 중국이 가장 경계하고 싫어하는 접근이라는 점이다. 외부 스타가 들어와 소비만 만들고 떠나는 구조는 문화 교류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쉽다.
지금 중국이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청년 실업이다. 한류가 중국에서 가장 먹혔던 시대는 중국의 호황기였고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인력난이 있던 시기였다.
특히 지금 중국의 젊은층들은 단순한 고용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구조적인 위기다.
이 문제를 외면한 채 한국이 콘텐츠 수출만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가 가장 절실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지나치는 일이다. 중국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공연이 아니라, 청년들이 참여하고 일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접근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해법은 한국과 중국이 함께 청년 문제,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콘텐츠는 여전히 유효한 도구다. 다만 소비를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참여와 생산을 만드는 콘텐츠여야 한다. 한국이 가진 기획력과 교육 시스템, 고급 콘텐츠 산업 구조에 중국의 인적 자원과 지역 시장을 결합해, 청년들이 실제로 일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동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단위의 공동 프로젝트, 학교 간 협업 프로그램, 공동 제작 스튜디오와 합작 플랫폼은 모두 청년 고용과 직결될 수 있다.
중국 청년들에게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과 연결된 참여자가 될 기회를 주고, 한국에게는 중국을 아시아 고급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교두보를 제공한다. 이 구조에서는 어느 한쪽만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필요해서 함께 움직이게 된다.
문제는 콘텐츠의 힘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중국을 상수로 놓고 접근하면 실패한다. 중국을 변수로 인식하고,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와 함께 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 줄 수 있는 방식을 만들 때만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K-컬쳐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다만 지금처럼 접근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계속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을 놓치게 될 뿐이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이벤트가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 중국과 한국이 동시에 공통된 것을 추구하고, 공연이 아니라 일자리로, 수출이 아니라 공동 성장으로. 중국은 기다리는 시장이 아니다.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결코 열리지 않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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