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사업의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했다는 이유로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법원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민소송단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12년 넘게 이어진 소송전도 마무리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9일 서울고등법원 행정4-2부(이광만 정선재 박연욱 부장판사)는 지난달 용인경전철 주민소송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주민소송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함께 용인시에 총 214억6천만원을 배상해야 했던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3명에 대한 배상 책임은 소멸됐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연구원 3명에게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데 따른 후속 절차였다.
당시 대법원은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연구원 개인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용역 채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했고 이로 인해 용인시가 손해를 입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연구원들의 불법행위 성립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원들이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요 과다 예측을 막기 위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실은 인정되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정도의 위법행위로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연구원들이 사업시행사와 유착해 유리한 수요예측 결과를 도출했다는 주민 측 주장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고, 사전에 예측 오류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주민소송단과 용인시·한국교통연구원 간 소송은 2013년 10월 처음 제기됐다.
주민들은 용인경전철 시공 과정에서 시행사와의 최소수입보장(MRG) 분쟁으로 시가 8천500억원을 부담하게 됐고, 실제 하루 이용객 수가 교통연구원 예측에 크게 못 미친다며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대상에는 전 용인시장 3명을 비롯해 전·현직 공무원과 시의원, 한국교통연구원 및 소속 연구자들이 포함됐다. 청구 금액은 당초 용인경전철 사업비에 해당하는 1조232억원이었으며, 이후 2조437억원으로 확대됐다.
1·2심은 주민소송 청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소송은 주민감사 청구를 전제로 제기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감사 청구와 소송 내용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20년 7월 대법원은 주민소송이 감사청구와 관련성이 있으면 충분하고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24년 2월 당시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 등을 상대로 214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배상 책임만을 최종 인정했다.
주민소송단은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이번 주민소송은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12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소송을 이어가며 주민소송이 실효성 있는 견제 수단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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