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지난 2년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던 엔씨소프트가 올해를 기점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아이온2’ 출시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는데 지금까지는 이 약속이 지켜지는 모습이다.
작년 11월 19일 출시된 아이온2는 서비스 46일 만인 지난 3일 기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개발진이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엔씨소프트를 무겁게 옭아맸던 ‘리니지’의 그림자를 조금씩 걷어내고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아이온2는 그동안 엔씨소프트의 주요 수익 모델이었던 P2W(Pay to Win) 과금 방식을 버리고 확률형 아이템도 배제하는 과감한 시도로 주목받았다. P2W은 게임 속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함으로써 더 많은 돈을 지출한 이용자가 더 강한 캐릭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과금 모델이다.
리니지를 비롯해 수많은 게임들이 P2W 과금 모델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과금 유도가 시장의 비판을 받으면서 점차 이용자가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 2년간 실적 악화는 그 이전까지 ‘리니지 라이크’ 게임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에 빠진 엔씨소프트는 신작 게임에서 ‘탈 리니지’를 선언하고 P2W 대신 이용자에 친화적인 과금 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TL)’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해외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완전히 외면받았다.
아이온2 역시 출시 전까지 기대와 함께 우려를 함께 받았으며 출시 직후에도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가 달라졌다. 서비스 시작 당일 개발 및 서비스 책임자들이 직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문제점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후에도 아이온2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빠르게 대응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순항 중인 아이온2의 다음 과제는 지속가능성에 있다. 위기 때마다 문제를 해결해 왔던 라이브 소통 방송과 P2W 및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배제한 과금 모델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엔씨소프트의 이전 게임들이 처음부터 무거운 과금 모델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게임 서비스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과금 모델로 시작했지만 서비스가 장기화되며 수익성이 감소하자 조금씩 더 무거운 과금 모델들이 추가되는 흐름이 반복됐다.
이런 과거 사례에 비춰 아이온2 역시 서비스가 장기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결국은 과거로 회귀하지 않겠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다음달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리니지 클래식’의 사전 예약 메시지에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달 11일 한국과 대만에서 정식 출시되는 '리니지 클래식'은 2000년대 초반 원작 리니지의 감성을 복원한 프로젝트다. 원작처럼 월 2만9700원의 정액제 과금 모델을 채택했지만 편의성 등 부가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리니지’라는 타이틀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 신작 게임 출시를 예고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신작은 서브컬처 장르의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다.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승리의 여신: 니케’와 ‘블루 아카이브’ 등 강력한 경쟁작들이 선점하고 있지만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는 서브컬처 시장의 후발 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도쿄게임쇼(TGS)에 참가했으며 국내에서도 AGF(Anime X Game Festival) 등 서브컬처 행사에서 게임을 알리는데 공을 들였다.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의 성공 여부는 실적에 대한 기여뿐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퍼블리셔 역량과 대외 이미지 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협업해 ‘호라이즌’ IP를 활용한 MMORPG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개발 중이며 오픈월드 슈터 ‘신더시티’와 전략 슈터 ‘타임 테이커즈’ 등으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신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실 엔씨소프트는 이미 2023년 하반기 TL을 출시하면서부터 탈 리니지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아이온2에 와서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엔씨소프트가 올해 진정한 반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이온2 이후에 출시되는 신작 게임들에서도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 운영 방침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엔씨소프트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살짝 미치지 못한 4300억원대로 예상되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주가는 아이온2의 매출이 공개된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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