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보험업계의 자회사·손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수장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판매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GA를 고려해, 외형 확대가 아닌 조직 장악력과 수익성 관리 역량을 중시한 리더십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9일 보험업계에서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ABL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형 GA 의 수장을 영업전문가로 교체하며 채널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GA가 매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설계사 관리와 수익성, 현장 장악력을 중시한 전략적 인사로의 재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자회사형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달 김진호 전 삼성생명 상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은 2022년 이후 약 4년 만의 일로 회사 안팎에서는 2기 체제의 본격적인 출범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삼성생명 AFC사업부장·FC지원팀장·수도권사업부장을 거친 영업 전문가이며 현장 기반의 조직 장악력과 실행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대표 교체를 계기로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설계사 증원과 외부 조직 합병을 병행하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에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FC)와 GA를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건강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생명은 전속 FC 중심의 판매 구조를 유지하며 GA 의존도를 제한해왔다. 이는 전속 채널을 통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비중이 78.2%에 달하는 구조적 특성때문으로, GA 확대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보험 판매 시장이 GA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삼성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한 GA 외형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적 개선 흐름도 가시적이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1512억원으로 2024년 동기(718억원) 대비 110.5%가 증가했다. 같은기간 당기순손실은 66억원으로 2024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48.7%가 축소됐다.
이는 대규모 설계사 증원·외부 영업조직 합병·전담 태스크포스(TF) 운영·4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설계사 수는 4018명이며 지점 수는 132곳으로 2024년 동기 대비 2101명과 68곳이 증가했다.
중소형 생보사인 ABL생명도 자회사형 GA인 ABA금융서비스의 대표를 교체했다. ABL생명은 최근 서정혁 전 ABL생명 상무를 ABA금융서비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 대표는 전속채널·방카슈랑스·GA 등, 28년간 전 영업채널을 경험한 영업 전문가다. 최근에는 GA실장과 B2B실장을 맡아 채널 성장 기반을 구축한 인물로 평가된다.
한화생명 역시 계열사 GA 전반에 걸쳐 최고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피플라이프 신임 대표에는 고병구 전 한화라이프랩 대표가 선임됐으며, 한화라이프랩 대표에는 김은석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상무가 취임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영업 전문가를 전면 배치해 GA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선임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상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판매는 산하 GA로 일원화해 채널 효율성과 영업 전문성을 높였다. 한화생명은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 손자회사인 피플라이프와 IFC그룹 등 4개의 대형 GA를 운영 중이다.
한화생명은 2023년 피플라이프 인수에 이어 지난해 7월 대형 GA인 IFC그룹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4개 GA 체제를 구축, 총 3만6000여 명의 설계사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특히 피플라이프 인수는 성장 전략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인수가 2500억원을 둘러싼 오버페이 논란에도 불구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전략적 효과를 입증했으며 IFC그룹 편입을 계기로 영남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피플라이프는 월납보험료 기준 평균 매출 23억원에 설계사 4200명의 초대형 GA로 성장했으며, 한화라이프랩도 설계사 3800여 명에 월평균 매출 15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양사의 영업 인력을 합치면 8000명에 육박해 GA 채널 내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계열 GA 전반의 영업 시너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해상은 전혁 전 현대해상 상무를 자회사형 GA 마이금융파트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초대 대표였던 김재용 대표 이후 약 5년 만의 첫 대표 교체다. 전혁 신임 대표는 AM1본부장과 AM영업부문장을 역임한 GA 채널 영업 전문가로 평가된다.
마이금융파트너는 2021년 현대해상이 자본금 2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형 GA다. 출범 당시 설계사 56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조직 확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6월 말 기준 설계사 수는 1004명까지 늘었다.
통상적으로 자회사형 GA가 원수사의 설계사 조직 이전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과 달리, 마이금융파트너는 신규 인력 영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현대해상은 판매 채널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들의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성장 기반을 강화했다.
◆ GA, 판매조직에서 핵심 채널로…"리더십 재편 가속"
업계에서는 잇따른 GA 대표 교체를 단순한 인사 변화가 아닌 ‘전략적 세대교체’로 해석하고 있다. 보장성 보험 경쟁이 격화되면서 유지율·손해율 등 질적 지표가 채널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GA 역시 외형 확대가 아닌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GA 채널이 매출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단순한 판매 조직을 넘어 사실상 준(準) 영업본부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보험사들은 현장 통제력과 성과 관리 경험을 갖춘 영업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며 GA 채널 경쟁력의 질적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자본 규제가 강화되자 보험사들은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GA 채널의 전략적 활용도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과 GA 감독 강화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GA 업계는 영업과 관리 전반에서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GA는 비용 효율성을 앞세운 보험사의 핵심 판매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속 설계사 조직에 비해 고정비 부담이 낮고 조직 운영의 유연성이 높아, GA의 전략적 가치는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GA 대표 교체는 단기 실적 개선보다 조직 운영력과 수익성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신호다"며 "외형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GA 시장에서는 채널 재편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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