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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반정지구 사업에 대한 화성시의 지구단위계획이 결정, 고시됐다.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생각에 김씨는 가슴이 설레었다. 때마팀 그에게는 미래를 얘기하는 여자친구도 생겼다. 그녀와 약속한 미래는 온통 핑크빛이었다.
2021년 8월, 정부에서 수도권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의왕, 군포, 안산에 이어 화성 진안이 호명됐다. 김씨의 보금자리가 들어설 곳인 반정지구가 3기 신도시 ‘진안지구’ 사업지역에 포함됐다.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이미 지구단위계획도 세워진 데다 토지계약금 지급을 위한 투자도 확보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대로면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했고 그해 10월 설계 계약도 들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2022년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화성시에서 주택사업승인 불가 통보가 떨어졌다. 3기 신도시 진안지구 공고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사업자가 되면서 조합이 추진하던 사업이 모두 백지화되면서다. 억울한 마음에 피켓도 들고 거리로 나서봤다. 정부와 LH, 화성시는 요지부동이다.
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3년 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었다. 반정지구는 둘만의 신혼 보금자리였다. 보금자리가 사라지자 사랑하는 이도 떠났다. 조합에 부은 3000만원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조합이 이미 쓴 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집도, 사랑도, 돈도 모두 잃고 40세가 된 김씨는 지금도 혼자다. 그는 33㎡(10평) 남짓한 LH 행복주택에 지내고 있었다.
김씨는 “이미 지나가 버린 10년을 보상받을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지금쯤 들어가야 했을 집, 그곳에 들어가는 거죠”라고 했다. LH 때문에 집을 잃었는데 LH의 월세 아파트에서 살고있는 지독한 아이러니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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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반정지구는 화성시 반정동 202-1번지 일원 17만 5338㎡에 1880세대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2008년 I.J종합건설(아이제이)이 토지주들과 토지매매 약정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한 지역개발사업은 2017년 반정지구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결성돼 아이제이로부터 사업권을 사들이면서 지주택 사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2021년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진안지구 사업 대상지에 반정지구도 포함되면서 화성시가 주택사업승인 불가를 통보했고 기존 진행되던 사업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김씨처럼 반정지구 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모두 1126명이다. 조합에 따르면 이들 중 30~40%가 김씨와 같은 당시 사회초년생 또는 청년들이었다.
김경진(64) 조합장은 “지주택이 대부분 그렇듯 나이가 많거나 사회초년생 청년들이 많이 가입한다”며 “특히 청년들은 어렵게 모은 돈 3000만원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 중에는 수중에 돈을 다 긁어모아도 모자라서 대출까지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조합원 모집 후 10년 가까이 되다보니 고령자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세 분이나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에게 닥친 시련은 기다림이 끝이 아니었다. 사업 지연이 길어지면서 분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합원 282명이 2022년 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 청구 소송을 걸었고 조합이 패소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돌려줄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조합은 1126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아 337억 8000만원을 모았다. 이중 모델하우스 건립 등 사업 추진비로 180억원 가량을 쓰고 남은 돈은 158억원 남짓. 반환해야 할 분담금은 이자까지 포함해서 14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아직 갚지 못한 채무들을 포함하면 조합이 지불할 돈만 300억원이 넘는다. 사업 재추진을 희망하는 850여 명의 조합원들은 낸 돈을 돌려받기는커녕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남은 조합원들을 지키기 위해 조합은 지난해 파산 신청을 했고 현재 법원에서 채권 조정이 진행 중이다. 결국 반환청구 소송을 건 조합원들의 돈도 묶여 있는 상태다.
김 조합장은 “3기 신도시 진안지구 발표 딱 2주 전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토지계약금 투자 확약서를 받아서 토지 매입을 진행하기 직전이었다”며 “만약 3기 신도시 계획이 몇 달만 늦게 발표됐더라도 조합은 설립 인가를 받고 사업추진기 가능했을텐데 간발의 차로 모든 것이 허사가 돼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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