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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경제·문화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양국 간 10여건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양측은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에 뜻을 같이했다.
이를 두고 뷰티·면세업계는 한한령 완화에 따른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한령은 2017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취한 보복 조치로 거론돼왔다. 당시 중국은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한류 콘텐츠의 방영과 스트리밍을 제한했다. 공식적 인정은 없었지만, 이후 K뷰티 브랜드의 현지 유통·마케팅과 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보이지 않는 제약이 따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생활건강(05190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뷰티 업계는 한한령이 완화될 경우 오프라인 유통망 진입과 브랜드 홍보 활동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약 20%로 1위, 미국(약 19%)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뷰티 핵심 시장”이라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와 유통·마케팅 환경이 개선된다면 K뷰티 브랜드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은 70%에 달하며, 이 중 중국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한시 시행 중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커 유입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풀리면 유커들의 소비 심리도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회담이 그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의 해빙 무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뷰티 시장은 ‘C뷰티’라 불리는 중국 로컬 브랜드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K뷰티의 수혜가 예전 같지 않다. 유통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라이브커머스와 현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국 브랜드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면세산업 역시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커의 지갑이 얇아졌다. 따이궁(보따리상) 구조는 사실상 예전과 같지 않고, MZ세대 등 젊은 개별관광객 중심의 소비 흐름이 고착됐다. 유커가 다시 한국을 찾더라도, 과거처럼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하는 방식이 되풀이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는 CJ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이른바 ‘올다무’로 불리는 가성비 채널로 이동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 정부의 불확실성이 문제다. 외교 환경 변화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정책적 유연성은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리스크다. 실제로 한국산 콘텐츠나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정치적 기류에 따라 수시로 바뀌어 왔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도 실질적인 민간 교류 확대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단기 기대보다는 수익성과 시장 다변화를 함께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체관광객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쓸어 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C뷰티 약진과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K뷰티 역시 중국 MZ세대를 겨냥한 리마케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리스크가 큰 중국에만 기대기보다는, 균형 잡힌 시장 전략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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