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웹사이트의 12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2025년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총매출이 4,000억 달러를 돌파, 반도체 산업 역사상 최고 연간 기록을 세웠다. 시장에서는 2026년에도 다시 한 번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컴퓨팅 수요는 영원하다’**는 급격한 성장 흐름이 핵심 부품 부족, AI 기업들의 장기적인 수익 안정성, 그리고 고속 성장의 지속 가능성 등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동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하드웨어 설계 기업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는 칩 스타트업 그로크와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로크는 칩과 소프트웨어 설계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이번 협력은 AI 추론(inference) 속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 훈련에 있었다면, 이제는 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추론 기술이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엔비디아의 이번 협력 발표 이후 “추론 관련 워크로드 유형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경쟁 영역이 열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AI 연구소, 상업 고객들은 엔비디아의 H200·B200 고성능 GPU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한편 구글의 자체 개발 텐서 프로세서(TPU), 아마존의 훈련·추론 전용 칩은 엔비디아 GPU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오픈AI 등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브로드컴과 같은 맞춤형 칩 설계 기업과 협력해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초웨이 반도체는 2026년 GPU 출시 계획을 밝히며 엔비디아에 대한 도전을 예고했다.
인프라 투자도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10월, 향후 2년간 데이터센터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이 같은 투자 계획이 2026년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을 추가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는 전년도 실적을 넘어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엔비디아의 GPU 및 기타 하드웨어 매출이 78% 증가해 3,8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시장 조사에 따르면 엔비디아, 인텔, 브로드컴, 초웨이 반도체, 퀄컴 등 5개 기업의 합산 매출은 5,38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변압기와 가스터빈 등 핵심 설비 부족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운영사들은 대규모 컴퓨팅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공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서버용 부품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 초박형 실리콘 기판과 AI 프로세서의 연산 결과를 저장·전송하는 메모리 칩,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훈련형 워크로드보다 추론형 워크로드가 메모리 대역폭에 더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HBM 주요 공급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수미트 사다나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제품 공급과 고객 수요 사이에 큰 격차가 있으며, 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의 지속 가능성과, AI 연구기관과 주요 고객들이 고속 칩 구매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반도체 기업의 분기 매출이 초고속 성장하는 데 익숙해진 만큼, 성장 둔화의 조짐만으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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