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세종특별자치시 도심 한복판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큰고니' 무리가 내려앉았다. 금강과 미호강이 만나는 합강 부근과 장남평야에서 50여 마리의 무리가 확인된 것이다.
이 구역은 2011년 금개구리 서식지가 발견되면서 생태 보전용 논으로 남겨진 곳이다. 개발 대신 보전을 택한 결정이 큰고니들에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황금빛 부리로 빚어낸 순백의 자태
큰고니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대형 수조류로, 몸길이는 약 1.5m, 날개를 펼친 길이는 2m를 넘어서기도 한다. 몸 전체가 눈처럼 흰 깃털로 덮여 있으며, 부리 끝은 검고 눈 아래 부위는 선명한 노란색을 띠는 것이 외형적 특징이다. 부리의 노란색 무늬는 개체마다 형태가 조금씩 달라 개체를 식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어린 큰고니는 성조와 달리 몸 전체가 회갈색을 띠며 부리 색깔도 연한 분홍색에 가깝다. 이들은 겨울을 나는 동안 점차 흰색 깃털로 갈아입으며 성장한다. 다리는 검은색이고 발가락 사이에는 물살을 가르기 좋은 넓은 물갈퀴가 발달해 있다. 큰 몸집에 비해 몸동작이 유연하며 수면 위를 달릴 때 힘찬 날갯짓과 발길질로 추진력을 얻어 비행을 시작한다.
V자로 그려낸 가족의 긴 여정
큰고니는 주로 시베리아 북부나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번식하며, 추운 겨울이 오면 남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보낸다. 이들은 보통 5마리 내외의 가족 단위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비행할 때는 우두머리가 앞장서서 'V'자 대열을 이루는데, 이는 공기 저항을 줄여 장거리 이동 시 체력을 아끼기 위함이다.
이들은 주로 호수, 하구, 논 등 수심이 얕은 곳에 거주하며 수생식물의 뿌리나 줄기를 먹는다. 특히 논바닥에 떨어진 벼 이삭은 겨울철 소중한 먹이가 된다. 먹이 활동을 할 때는 고개를 물속으로 깊이 넣어 바닥을 훑으며, 한 마리가 먹이를 먹는 동안 다른 개체는 목을 길게 세우고 주변의 위험 요소를 경계하며 공동체를 보호한다. 사람의 접근에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보호 관리에 중요하다.
맑은 울림으로 채우는 겨울의 소리
큰고니는 소리로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니'라는 이름도 울음소리에서 유래했다는 견해가 있을 만큼 소리가 맑고 높다. 비행 중이거나 먹이 활동을 할 때 무리끼리 소리를 내어 위치를 확인하고 결속력을 높인다. 관찰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우렁찬 소리를 내며 무리의 이동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고니류를 상서로운 새로 여겨 보호해 왔으며, 현재는 법적으로 엄격히 보호받는 국가유산이다. 큰고니가 특정 지역을 겨울 거처로 정했다는 것은 그 지역의 수질과 토양 등 생태 환경이 우수하다는 지표가 된다. 세종 도심의 보전 구역에서 겨울을 보낸 큰고니들은 3월 중순쯤 다시 북쪽 번식지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이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도록 서식 환경을 정돈하고 소음이나 방해 요소를 줄이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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