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톡 계정 해킹 피해를 당한 지인의 호소다. 어느 날 갑자기 계정이 로그아웃되더니, 곧바로 해커가 그의 프로필을 도용해 지인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뿌리기 시작했다. 사생활 침해를 넘어 주변 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카카오(035720) 고객센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상담원은 “전화로는 조치가 불가능하니 이메일로 접수하라”는 매뉴얼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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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데, 대응은 한참 느렸다. 지인은 즉시 ‘도용 신고’ 서식을 제출했지만 돌아온 것은 “내용이 부족하다”는 기계적 반려 메일뿐이었다. 본인 확인을 거쳐 해킹 계정의 긴급 정지를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차단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답변이 지연된다”는 무책임한 안내 뒤에서 피싱범은 보란 듯이 활개를 쳤다.
물론 계정 정지 같은 강력한 조치에 본인 확인이 필수라는 점은 누구나 동의한다. 문제는 카카오의 대응이 지나치게 ‘행정 편의’에 기대고 있다는 데 있다. 계정도용 신고와 사칭 피해 신고 절차가 각각 달라서 계정 차단 방법을 오해하기 쉽다. 신고 채널 안내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어렵다. 2차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할 ‘즉각 대응 체계’가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2018년 216억원에서 2022년 927억원으로 4년 만에 4배 넘게 늘었고, 그중 95%가 카카오톡에서 발생했다. 국민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가 범죄의 주요 통로가 됐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현행 법제에서는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신속 조치 의무’가 뚜렷하게 부과돼 있지 않다. 금융권이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계좌를 묶어 피해 확산을 차단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플랫폼 역시 명백한 피싱 정황이 확인될 경우 계정 동결, 단계적 제한, 긴급 본인 확인을 연결할 수 있는 실시간 대응 창구를 갖추도록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
메신저가 금융과 신원에 직결되는 시대다. 이용자 보호 체계가 과거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 메신저라는 위상은 그만큼의 책임을 요구한다. 위기에 처한 이용자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가 아니다. “지금 즉시 조치했다”는 단호하고 신속한 보호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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