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비대면 금융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자산은 오히려 잠들고 있다. 은행 점포 축소와 복잡해진 절차로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이 빠르게 늘었지만, 환급 확대제는 현장에서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점포는 줄고, 절차는 늘었다…고령층 휴면자산 급증
국회 허영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휴면예금 발생액은 2021년 103억원에서 지난해 160억원으로 55.3% 늘었다. 같은 기간 휴면보험금은 182억원에서 788억원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비대면 금융 확산과 오프라인 금융 인프라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은 크게 낮아졌다. 모바일 중심 금융 환경이 빠르게 정착하는 동안, 디지털 기기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은 계좌 조회, 만기 확인, 보험금 청구 등 기본 업무에 제약을 받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휴면예금 환급을 위해 전화 안내와 캠페인, 우편 고지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권리 문제로 금융사가 임의로 환급을 집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고객 본인의 확인 절차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보완책 마련했지만…고령층은 여전히 문턱 앞
금융당국은 공공 마이데이터 확대와 마이데이터 2.0 도입, 오프라인 마이데이터 창구 운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디지털 기반 서비스 구조 자체가 고령층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관련 제도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최모씨(52)는 최근 부친의 집을 방문했다가 수년 전 도착한 휴면예금 안내 우편을 발견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용이 어렵고 혹시 사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대로 두셨다”며 “은행에 직접 가고 싶어 하셨지만, 가까운 점포가 없어 이동에 부담이 컸고 거동도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확인한 뒤에야 휴면예금 안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인터넷뱅킹을 전제로 설계돼 고령층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오프라인 창구에서도 마이데이터 연계를 제공하지만,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고객의 명확한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사실상 의무화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실적 공개보다 중요한 건 ‘환급까지의 거리’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열린 제10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에서 금융회사별 휴면금융자산 환급 실적을 공개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대응 유도의 취지지만, 자동 환급 확대에는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휴면예금은 예금별·잔액 단위로 관리되며, 상당수가 소액”이라며 “예금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상 주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환급이 지연되는 사례 가운데 법적 분쟁과 직접 연결되는 경우는 상속과 관련된 일부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환급 실적 공개는 금융사 관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휴면금융자산이 늘어나는 구조 자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디지털 중심 절차, 낮은 정보 인지도, 고령층의 이동·건강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금융사 자율 노력만으로 환급률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성과 공개를 넘어, 고령층이 실제로 환급 절차에 도달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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