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정부가 발주한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사들과 관계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입찰에 ‘들러리’ 업체가 참여했더라도 실질적인 경쟁 제한이나 가격 왜곡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7일 공정거래법 위반 및 입찰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SK디스커버리, 보령바이오파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제약사 6곳과 임원 7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의 상고는 기각됐다.
이들은 2016~2019년 조달청이 발주한 자궁경부암·폐렴구균 백신 입찰 과정에서 낙찰 예정자를 사전에 정하고, 도매상 등을 ‘들러리’로 참여시켜 경쟁을 제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제약사들이 단독 응찰로 인한 유찰을 막고 낙찰가를 유지하기 위해 투찰 가격을 공유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입찰 담합으로 보고 제약사들에 벌금 3000만~7000만원, 임원들에게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판단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백신들이 특정 제약사가 독점적 공급권을 보유한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다른 업체가 제조사의 공급 확약서 없이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형식적인 입찰 참여가 실질적인 경쟁 제한이나 가격 형성 왜곡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등이 당시 NIP 사업에 새로 도입되며 일정이 촉박했고,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담당자들 역시 빠른 낙찰을 위해 입찰 절차 진행을 독려한 정황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나 입찰 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공공조달 입찰에서 형식적인 담합 여부보다 실제 경쟁 제한성과 가격 왜곡이 있었는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독점적 공급 구조를 가진 백신·의약품 입찰에서 공정거래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에도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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