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중국 정부가 자국 주요 테크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 구매 계획을 잠정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한 직후 나온 조치로, 중국 당국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7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최근 자국 빅테크 기업들에 H200 칩 구매 주문을 보류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 칩 수입을 허용할지 여부와 구체적인 조건을 검토,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칩을 확보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이번 조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몇 주간 칩 설계업체, 제조사, 주요 기술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회의를 진행하며 H200 구매 가이던스를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실제 수요 규모를 파악한 뒤 정책 방향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H200 구매를 허용할 경우, 일정 비율의 중국산 AI 반도체를 함께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는 국산 칩이 H200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지, 중국 내 공급망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뒤 비율을 정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수출 규제 완화 기조와는 다소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초 그동안 중국 수출이 제한됐던 고성능 AI 반도체 H200의 판매를 허용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최근 CES 현장에서 “중국의 H200 수요는 매우 크다”며 “중국 정부가 수입을 승인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시장 수요가 커지면서 엔비디아가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에 추가 생산 능력을 요청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중국 서버 제조업체 일부는 미국의 수출 허용 발표 직후 환불·변경이 불가능한 주문을 이미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들로부터 200만개 이상의 H200 주문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구매 제한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의 사용을 유도해 기술 자립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중국 당국은 H200 구매 허용을 국산 칩 제조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의 한시적 조치로 보고 있다”며 “미국 반도체 접근성이 중국의 장기적 자립 목표를 저해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엔비디아 제품과 중국산 AI 반도체 간 성능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중국 기업들의 H200 수요 자체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최근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유화책에 즉각 호응하지 않고 전략적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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