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은 한국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반찬이다. 냉장고에 한 통만 있어도 마음이 놓이고, 밥 한 숟갈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그런데 막상 만들면 생각보다 까다롭다.
달달하게 만들려다 굳어버리고, 부드럽게 하려다 비린 맛이 남는다. 이 익숙한 반찬에 의외의 재료 하나를 더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바로 다진 양파다.
멸치볶음에 양파를 넣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먼저 걱정이 앞선다. 물이 생기지 않을까, 멸치가 눅눅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양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정반대가 된다. 다진 양파 한 숟갈은 멸치볶음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 이유는 양파가 가진 당분과 아미노산, 그리고 열을 받았을 때 생기는 향 성분에 있다.
유튜브 '김대석 셰프TV'
양파는 볶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단맛을 낸다. 설탕이나 물엿처럼 직선적인 단맛이 아니라, 깊고 둥근 맛이다. 특히 다진 양파는 표면적이 넓어 짧은 시간에도 빠르게 맛을 낸다. 멸치를 볶을 때 양파를 소량 넣으면, 멸치에서 나오는 감칠맛 성분과 양파의 당이 결합해 훨씬 풍부한 맛을 만든다. 그래서 양을 많이 넣지 않아도 ‘맛이 꽉 찬’ 멸치볶음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비린 맛을 잡아주는 원리다. 멸치 특유의 비린 향은 지방과 단백질에서 비롯되는데, 양파에 들어 있는 황 화합물은 이런 냄새 성분을 중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열이 더해지면 양파의 아린 맛은 사라지고, 고기 요리에 쓰일 때처럼 은은한 단맛만 남는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면 멸치의 비린 맛과 양파의 아린 맛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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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장 많은 실패는 수분 조절에서 나온다. 다진 양파를 그대로 넣으면 물이 생기기 쉽다. 이를 막으려면 양파를 다진 뒤 바로 쓰지 말고, 키친타월로 한 번 눌러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아주 짜낼 필요는 없고, 겉에 맺힌 수분만 잡아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또 하나의 방법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먼저 살짝 볶아 수분을 날린 뒤 멸치를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양파는 향만 남기고 물기는 남지 않는다.
조리 순서도 중요하다. 멸치볶음의 기본은 멸치를 먼저 볶아 비린 맛을 날리는 것이다. 팬에 멸치를 넣고 약불에서 천천히 볶아주면 수분과 잡내가 빠진다. 멸치가 바삭해지면 한 번 덜어내는 것이 좋다. 같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양파를 넣어 볶는다. 이때 불은 중불 정도가 적당하다. 양파가 투명해지고 단내가 올라오면 성공이다.
그 다음 멸치를 다시 팬에 넣고 양념을 더한다. 간장은 아주 소량만 사용하고, 단맛은 설탕 대신 조청이나 올리고당을 소량 쓰는 것이 좋다. 양파 자체에서 이미 단맛이 나오기 때문에 양념을 과하게 하면 오히려 텁텁해진다. 여기에 다진 마늘을 소량 넣으면 양파의 단맛과 멸치의 감칠맛을 한 번 더 묶어준다. 마늘은 많아지면 멸치 향을 덮어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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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단계에서 참기름을 아주 조금 넣어주면 전체 맛이 정리된다. 불을 끈 뒤 넣는 것이 포인트다. 이때 견과류를 함께 넣어도 좋다. 아몬드나 호두 같은 견과는 양파의 단맛과 잘 어울리고, 멸치볶음의 식감을 부드럽게 만든다. 단, 견과 역시 미리 볶아 수분을 날린 뒤 넣어야 눅눅해지지 않는다.
다진 양파를 활용한 멸치볶음의 장점은 분명하다.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달고, 시간이 지나도 굳지 않는다. 냉장 보관 후 다시 먹어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밥뿐 아니라 김밥이나 주먹밥 재료로도 활용하기 좋다. 작은 변화 하나가 국민 반찬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멸치볶음이 늘 비슷하게 느껴졌다면, 다음번엔 다진 양파 한 숟갈을 더해보자. 물이 생길까 걱정하기보다, 수분을 다루는 순서만 지키면 된다. 달달하면서도 깊은 맛, 비린 맛 없이 부드러운 멸치볶음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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