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캄보디아 건너가…캄 정·재계 밀착해 '검은돈 제국' 설립
美아닌 中으로 소환돼 처벌 '주목'…中, 스캠조직에 사형 선고 사례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캄보디아 대규모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단지의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중국명 태자집단·太子集團)의 천즈(陳志·39) 회장이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되면서 십수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프린스그룹이 사실상 몰락하는 수순에 놓인 가운데 그가 어떻게 캄보디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떠오르게 됐는지와 중국 당국으로부터 어떤 처분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사이버 범죄에 가담하고 20대 때 캄보디아에 정착해 막대한 규모의 범죄조직을 키워온 과정을 중화권 현지 매체들이 잇달아 보도했다.
◇ 중학교 중퇴 후 PC방 취업…온라인게임 관련 사이버범죄 가담
중국 홍성신문, 홍콩 성도일보, 캄보디아차이나타임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천즈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온라인 게임 관련 사기를 저지르는 등 10대 시절부터 사이버 범죄행위를 하며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출생지는 중국 동남부의 푸젠성 롄장현 샤오아오진으로 알려졌다. 갯벌 해루질로 유명한 어촌 지역이다.
비교적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외지로 나와 PC방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PC방을 근거지 삼아 동급생들을 모으고 사이버 공격과 불법 게임 서버 운영, 이용자 정보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때 벌어들인 수익금은 그가 이후 범죄조직을 불려나가는 데 밑천이 됐다.
천즈는 2009년 캄보디아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에는 부동산 분야에 뛰어들어 지방 말단 관리들로부터 저가에 토지를 확보,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아파트를 건설하고 중국 동포들에게 임대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2014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했고 이듬해인 2015년 프린스그룹을 설립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세운 '검은돈 제국'의 시작이었다.
◇ '성공한 사업가' 이면에 악랄한 스캠 조직
천 회장은 대외적으로는 '캄보디아의 미래에 투자한다'고 홍보하면서 부동산을 넘어 금융과 관광, 카지노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30여개국에서 사업을 벌였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를 만들었고, 프린스호텔을 운영하며 캄보디아 정·재계의 모임 거점으로 활용했다.
그 이면에는 인신매매, 감금, 사기 등의 악랄한 수법으로 국경을 초월한 온라인 사기 범죄를 통해 얻은 불법 수익 창출이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검은돈 제국'의 영광은 영원할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그룹과 천즈 회장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은 노동자에 대한 폭력을 승인하고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온라인 도박이나 가상화폐 채굴 등 다른 사업을 통해 불법 수익을 세탁한 혐의로 천 회장을 기소했다.
미국은 천 회장과 그의 사업에 연계된 약 140억 달러(약 20조3천억원)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영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지의 다른 자산들도 잇달아 압류됐다.
미국 법무부 기소장에 따르면 천즈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최소 10개의 거점이 되는 사기 단지를 운영했다.
프린스그룹 범죄단지의 직원 규모가 5천명에서 1만명에 이르고 사기 계정은 70만개를 넘을 것으로 미국 법무부는 추산했다.
사기단지에서는 캄보디아만이 아닌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왔다가 폭력과 위협 속에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스캠에 가담했다.
천 회장은 미국과 영국의 제재 약 3개월 만인 지난 6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체포돼 쉬지량과 샤오지후 등 다른 중국 국적자들과 함께 중국으로 송환됐다.
◇ 캄보디아, '공작' 칭호까지 수여했던 천즈에 '선 긋기'
"하늘에서 동전 한닢이 떨어져도 그건 모두 프린스그룹의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한때 우스갯소리로 돌았다는 말이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에서 장기 집권 중인 훈 센 가문의 비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는 의혹이 짙다.
천 회장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그의 부친이자 전직 총리로 캄보디아 실권자인 훈 센 상원의장의 고문을 지냈다.
2020년 7월에는 캄보디아 왕실이 수여하는 공작 칭호인 '네악 옥냐'(neak oknha)를 받았다.
그러나 서방 국가가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체포도 임박해지자 훈 센 가문은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지난해 12월 천즈의 캄보디아 국적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훈 센 상원의장의 대변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법을 위반한 사람은 누구든 신분·지위·직무를 막론하고 법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인사들이 국가 지도부, 특히 집권당 주석과 정부 총리의 이름을 보호막으로 이용해 불법행위를 은폐하고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려고 한다"라며 "이러한 행위자들이 바로 집권당이 단호히 정리하고 제거해야 할 중점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천 회장이 미국에서도 기소됐으나 본국인 중국으로 송환되면서 중국 당국의 향후 대응 및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캄보디아에서 그를 중국으로 보낸 것은 정치권 결탁이나 인권 문제 등을 포함한 서방국가의 더 정밀한 조사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중국 법원은 지난해 9월 미얀마에서 대규모 스캠 범죄를 저지른 '밍 가문'(明家)의 주범 11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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