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경제가 제로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세입 기반은 약화되는 반면 복지·연금·의료 지출은 급증해 오는 207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재정운영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이하 연구원)은 8일 인구통계 브리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가재정 영향과 대응 전략’을 발간했다. 브리프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국가재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세출 요인과 세입 요인으로 나눠 분석하고 미래 재정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를 제시했다.
브리프를 살펴보면 연구원은 고령화가 미래의 세출 증가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2024년 인구 10명당 2명 수준이나 2050년 4명, 2072년 4.8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의료, 요양, 돌봄 등 복지지출 수요가 집중되는 후기고령자(75세 이상)의 비중은 2072년에 3.2명을 넘어설 관측이다.
더욱이 한국의 고령화율은 2050년경 40%로 일본(37%)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노인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수)는 2024년 27.4명에서 2056년에는 약 84명으로 OECD 평균 약 44명, 일본 약 74명 등 다른 선진국 예측치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아가 2070년경 우리나라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돼 향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노인부양비 부담에 직면할 것이라고 브리프는 전망했다.
고령화율의 상승이 사회복지지출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사회지출 비중은 고령화율이 15~20%였던 1996~2005년 일본의 수준과 유사한데, 일본의 추세(고령화율 1%p 상승→사회지출 비중 0.75%p 증가)를 적용할 경우 고령화율이 40%에 도달하는 2050년에 우리나라의 사회지출 비중은 현재의 2배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GDP 대비 30%로 현재의 2배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브리프는 이 같은 세출 증가 추세에 비해 세입 기반은 점점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약화 원인으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제로 성장 시대’로의 진입이 지목됐다. 국내 주요 경제분석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지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들은 빠르면 2030년 이후 늦어도 2050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해 보면 미래 사회지출의 확대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실정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세입 기반 또한 약화할 가능성이 높고 고용·산재보험을 제외한 대부분 사회보험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가입자 수 감소와 수급자 수 급증으로 수지 악화가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미래 재정 진단을 뒷받침하는 정량적 지표도 제시됐다. 2065년에는 국민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지출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에 가까운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2070년을 전후해 재정적자 폭은 GDP 대비 두 자릿수로 확대되고 국가채무비율 역시 2050년을 전후해 10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브리프는 향후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 합리화 △세입 확충 △성장 동력 확보라는 세 가지 전략 방향을 내놨다.
연구원은 “지출 합리화와 관련 연금제도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고령층의 자산 규모가 확대된 점을 반영해 연금제도를 지속 가능하도록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 현실에 맞춰 교육재정을 세수 연동 방식에서 학생 수에 기반한 예산 편성 제도로 전환하고 국고보조사업과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을 정비하는 한편 재원 배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세입 확충 전략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와 글로벌 조세 환경을 고려해 국민부담률을 중·장기적으로 조정해 세입을 점진적으로 확충하고 소득세는 폭넓은 세원을 기반으로 누진성을 강화하며 법인세는 기업의 사회적 의무와 글로벌 기술경쟁 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자산 과세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등 금융·부동산 세제를 정비하는 한편, 소비세 비중 확대와 로봇세·디지털세 등 신세원 도입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을 통한 재정 여력 확보를 위해 공급 측면 구조개혁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금융·자본시장으로 유도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인공지능(AI) 생태계 조성을 경제 재도약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인구 감소를 질적 성장으로 보완하기 위한 인재 육성과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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