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김동환 기자 = 이동통신 시장의 자유 경쟁을 기대했던 단통법 폐지 효과가 소비자에게는 좀처럼 와닿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촉진되고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요금 인하나 혜택 확대보다는 고가요금제 쏠림 현상과 복잡한 요금 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단통법 폐지 이후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2025년 10월 전국 성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이용 실태와 단통법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요금제 구조와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여전히 높았으며, 고가요금제 중심의 시장 구조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4%가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었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5%는 실제 데이터 사용량이 100GB 미만에 불과했다. 반면 300GB 이상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22.8%에 그쳤다.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95.4GB였으나 중앙값은 28GB로, 다수의 소비자가 자신의 실제 사용량보다 과도한 데이터 제공량의 고가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구조가 확인됐다.
요금제별 월 데이터 제공량을 살펴보면 무제한 요금제가 40.4%로 가장 많았고, 60GB 미만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42.4%에 달했다. 반면 실제 데이터 사용량은 ‘0~20GB’ 구간이 44.4%로 가장 높아, 데이터 소비 역시 양극화된 양상을 보였다. 이는 할인과 혜택이 고가요금제에 집중된 요금제 설계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요금제 선택 기준에서도 이러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소비자의 57.3%는 요금제 선택 시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지만, 현재 이용 중인 요금제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비 가격 수준에 대해서는 46.8%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가격을 중시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가요금제를 선택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체감 혜택 역시 낮았다. 응답자의 9.3%만이 단통법 폐지 이후 혜택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44.3%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22.2%에 그친 반면,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32.4%로 더 높았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시장 혼란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단통법 시행 기간 중 20.5%의 소비자가 불투명한 요금제나 할인 조건, 고가요금제 강요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39.4%는 법 폐지 이후에도 시장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 여부를 넘어 통신요금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시급한 개선 과제로 단말기 가격 투명성, 요금제 구조 단순화, 단말기와 요금제의 완전 분리, 약정 및 위약금 제도 개선 등을 꼽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고가요금제 중심의 할인 구조와 복잡한 요금제 설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는 어렵다며, 단말기와 통신서비스의 분리, 요금제 단순화, 가격·할인 구조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책 개선을 관계 부처에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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