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왜 안 말렸나” 적반하장…감옥 간 부하 탓만 하는 ‘비겁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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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왜 안 말렸나” 적반하장…감옥 간 부하 탓만 하는 ‘비겁한 윤석열’

투데이신문 2026-01-08 09:53:54 신고

3줄요약

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처]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이 또 다시 12·3 계엄에 대해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12·3 계엄 선포를 논의하던 당시, 국무위원들 가운데 계엄이 가져올 정치적 역풍을 경고한 인사가 하나도 없었다는 책임회피성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여소야대가 심하고 야당이 기세가 등등하니 계엄이 오래 갈 수 있겠냐는 건 상식적으로 충분히 생각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무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외교나 민생 이야기가 아니라 ’계엄을 선포해도 하루이틀이면 야당이 달려들어 해제할 것이고 그러면 대통령만 창피해지고 오히려 야당의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며 국무위원들을 탓하는 듯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또한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는 해주길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후 윤 전 대통령이 “총리나 장관들이 그런 문제를 꺼내지 않는 걸 보고 답답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맞장구를 치며 대통령을 두둔했습니다.

불법 비상계엄의 주모자와 주 동조자가 “왜 우리를 뜯어말리지 않았느냐”고 법정에서 큰소리를 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실 국무위원들에게 자유롭게 말할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던 장본인은 윤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헌법재판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헌법재판소]

그를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한 전직 참모는 그를 두고 ‘59분’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1시간 동안 혼자 떠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런 권위적이고 폭압적인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이 다른 것도 아니고 비상계엄이라는 헌정유린 ‘명령’을 내렸을 때 국무위원들이 소신 발언을 할 수 있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물론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국무위원들이 당시를 증언하면서 “계엄은 대통령이 혼자 결정했다”고 진술하며 그런 불법적 결정에 직을 걸고 저항하거나 대통령에게 무릎 꿇으며 읍소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는 게 불행한 일이긴 합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위기관리 역량이 제로였던 셈입니다. 대통령이 잘 못 결정한 사안에 대해 국무위원들이 제지하거나 최소한의 충언도 하지 못할 만큼 소통 구조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이었던 것입니다. 국지전 발발 등의 국가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런 위기대응 방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비상계엄이 해프닝에 그쳤음에도 자신에게 과도한 책임몰이가 이뤄지자 그것을 회피하는 마음에서 생긴 결과론적인 반응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의 이런 ‘비겁한 책임 전가’ 행각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 재판 당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국회 진입 작전에 대해 “상부의 명확한 지시에 따른 작전 수행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군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했다는 항변이었습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그는 “국회 질서 유지를 당부했을 뿐 유리창을 깨고 무리하게 진입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며 작전 실패와 위법성의 책임을 현장 지휘관의 ‘오판’으로 몰아갔습니다.

왼쪽부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사진제공=뉴시스]
왼쪽부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사진제공=뉴시스]

‘충암고 라인’이자 최측근으로 불렸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당 정치인 체포 시도 등 구체적인 계엄 실행 계획이 문제가 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실무선의 보고 내용이 과장됐거나 아래에서 의욕이 앞서 ‘오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습니다. 믿었던 심복조차 위기 앞에서는 ‘선을 넘은 부하’로 치부된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런 국가최고지도자로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처신은 아랫사람들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는 물론 경제적 피해까지 입힌 파렴치한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는 감옥에 있으면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수억원의 후원금을 받아 챙기고 있지만 국가원수의 명령을 어쩔 수 없이 수행했던 군경 간부들은 막대한 연금 피해까지 입게 생겼습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계엄 실행 라인의 핵심 인사들은 줄줄이 구속기소 되거나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습니다. 군과 경찰 내부에서 “불법 계엄으로 제복 입은 사람들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는데 지시를 내린 통수권자는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친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의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의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찰청은 국회의원 출입 통제가 위헌·위법이었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고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 지휘부는 징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조직 전체가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도 정작 최종 책임자인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어이가 없다” “그런 지시는 없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도리어 “왜 그땐 아무도 안 말렸느냐”며 역정을 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현재 노정하고 있는 공적 책무성이 파탄 난 리더십은 보수진영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부 보수 인사들이 ‘윤석열’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통수권자로서의 권위는 누리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부하들에게 외주화하는 비겁한 리더십 때문이라고 맹비난합니다.

리더의 무게는 권한의 당연한 행사가 아니라 그 책임의 크기와 결과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막대한 권한을 휘둘렀지만 정작 그에 따른 책임이 자신에게 몰려오면 도망 다니며 부하들에게 그 짐을 모두 떠넘기고 있습니다. 감옥에 갇힌 부하들이 TV 화면 속 옛 주군의 ‘남 탓’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한때 국가의 어른이자 최고지도자였던 그의 조야한 자기합리화에 국민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할지, 부끄러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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