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박 4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7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중 정상외교였던 이번 방중은, 경색 국면에 머물던 한중 관계를 ‘관리’ 단계에서 ‘복원’ 국면으로 끌어올렸다. 정상 간 신뢰 복원과 소통 채널 재가동, 경제 협력 등 구조 전환의 해법도 제시했다. 다만 방중 성과의 실질적 무게는 귀국 이후 어떻게 실행으로 옮겨갈 수 있는지에 달렸다.
◇정상외교 넘어 ‘관리 체제’로…관계 복원의 제도화
이번 방문의 출발점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약 4시간에 걸친 회담과 국빈 만찬을 통해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삼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정상 간 직접 소통을 관계 관리의 핵심 축으로 재설정하고,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협력 채널을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그치지 않고 중국 권력 핵심부와 연쇄적으로 접촉했다. 6일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와 오찬 회담을 갖고 외교·안보를 포함한 전방위 소통 강화를 논의했고, 이어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면담하며 정상 합의를 정책·입법 차원으로 옮기는 의회 외교를 전면 가동했다.
정상회담 직후 입법부 수장을 찾은 일정은, 한중 관계를 선언적 합의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 측 역시 “중한 관계가 정상 궤도로 복귀했다”며 관계 운영 방식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후 상하이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와 만찬을 갖고, 갈등 최소화와 실질 협력을 강조했다.
◇경제 협력 46건…‘3000억달러 정체’ 넘기 위한 구조 전환
이번 방중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경제·산업 분야에서 나왔다. 정부 간 양해각서(MOU) 14건과 민간 협약 32건, 총 46건의 협력이 성사됐다. 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 등 첨단 산업뿐 아니라 콘텐츠·서비스 산업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졌다.
이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중 교역이 3000억달러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며 AI·디지털·공급망 중심의 협력 전환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중간재 중심의 수직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 연구·투자·생산을 통한 제3국 진출이라는 새로운 협력 공식을 꺼내 든 것이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현실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북핵·서해·한한령은 ‘속도 조절’…이제는 실행의 시간
민감한 안보·외교 현안은 속도 조절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모든 소통 통로가 차단된 상황을 설명하며 중국에 한반도 중재 역할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고, 중국 역시 중재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를 보였다.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중단→축소(감축)→폐기’로 이어지는 3단계 현실론을 재확인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핵 생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을 출발점으로 삼고, 중장기적으로 감축과 폐기를 추진하는 접근이다.
서해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 혐중·혐한 정서 등 갈등 사안 역시 즉각적 해결보다는 대화 채널 복원과 관리 기조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화·콘텐츠 교류는 재개 가능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풀어가기로 했고, 서해 문제는 차관급 해양 협의를 통해 공식 논의 틀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방중 마지막 날인 7일, 이 대통령은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에 참석해 미래 산업 협력 메시지를 던진 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경제 협력과 함께 공통의 역사 인식을 외교 서사에 포함시킨 상징적 행보였다.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 방중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후속 조치와 함께 국내 현안 점검에 나선다. 한중 간 소통 채널을 실제로 작동시키고, 경제 협력 성과를 구체적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동시에 미·중 갈등과 중·일 관계 긴장이 고조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더욱 정교해질 필요도 있다.
이번 방중은 관계 복원의 출발점이다. 성과의 진짜 무게는, 관리 체제가 실제 협력과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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