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수 기자
암행어사 출범은 반가운 소식이다고 저번글에서 전했다.
그런데 시민들 마음속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아 있다. “이번엔 정말 달라질까”라는 물음이다.
답은 간단하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고장 난 신호등 앞에서 교통경찰 한 명을 세워두는 것과, 신호 체계를 고쳐 다시는 사고가 나지 않게 만드는 것의 차이다. 암행어사는 교통경찰에 가깝다. 필요하지만, 그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길 수는 없다.
그동안 민주당 지방정치에서 반복된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 지방자치 공천에도 이런것들이 안고쳐 진다면 아마도 엄청난 후폭풍이 불것이 명확하다.
골프 단체장 논란, 특정 사업자와의 유착 의혹, 장기 집권으로 생긴 ‘내 사람 챙기기’ 문화는 개인 성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시가 느슨하고, 기준이 모호하며, 문제를 제기해도 바뀌지 않는 구조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암행어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누가 조사하느냐보다 어떤 규칙으로 판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시험을 치르는데 채점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면 결과를 믿기 어렵듯, 공천과 검증도 같은 원리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에 답이 명확해야 한다.
두 번, 세 번 도전하는 단체장은 어떤 점을 더 따져보는가.
골프 모임이나 향응은 어느 선부터 문제로 보는가.
지역 개발 사업과 얽힌 이해관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이 기준이 문서로 공개돼 있어야 누구에게 적용돼도 납득이 가능하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제보 창구다.
문제가 생겨도 말할 곳이 없으면 결국 조용히 덮인다. 회사에 익명 신고함이 있듯, 정당에도 안전한 제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제보할 수 있고, 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접수된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만 기대는 구조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용기가 아니라 절차가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사람 한두 명을 징계한다고 끝낼 문제도 아니다.
왜 비슷한 문제가 같은 지역에서 반복되는지, 왜 공천 과정에서 특정 인물에게 힘이 쏠리는지, 왜 견제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암행어사 출범을 환영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엔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몇 명 정리하고 끝난다면, 이번 시도는 또 하나의 임시방편으로 남을 것이다.
정치는 약속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장 나도 자동으로 바로잡히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평가받아야 한다. 암행어사는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답은 아니다.
사람을 믿게 하는 정치가 아니라, 시스템을 믿게 하는 정치.
그때 비로소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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