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국제정치는 오래 유지돼 온 외피를 벗어 던진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특수작전으로 생포됐다는 가정은 단순한 가십이나 충격적 뉴스가 아니라, 국제정치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이 설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큼 세계가 이미 변화해 있다는 점이다.
▲ 미국이 실행한 것으로 설정된 ‘Operation Absolute Resolve’는 현대 국제정치에서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장기간 축적된 정보와 사이버전, 정밀 타격, 특수부대 투입이 결합돼 단시간 내 정권 핵심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이 작전은 전쟁이라기보다 정치 구도를 재편하기 위한 고강도 개입에 가깝다.
미국이 감행한 것으로 설정된 ‘Operation Absolute Resolve’는 21세기형 권력 투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장기간의 정보 수집과 사이버 전자전, 정밀 공습과 특수부대 급습이 결합된 이 작전은 단시간에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상자 없이 끝났다는 점은 이 작전이 전면전이 아닌, 정치적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수술에 가까웠음을 시사한다.
이후 등장한 발언이 국제사회를 더 크게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분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수호나 선거 관리가 아니라 ‘운영’이라는 표현은, 네오콘식 국가 재건이나 이상주의적 개입과는 전혀 다른 결의 언어였다. 이는 명분을 최소화하고 이해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의 귀환을 의미한다.
미국의 개입 배경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마약 문제다.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Tren de Aragua와 정권 핵심부의 연루 의혹은 미국 안보 인식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이는 대외적 명분이 아니라, 실제로 백악관을 자극하는 실질적 문제로 설정된다.
둘째는 에너지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특히 오리노코 벨트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에너지 패권과 직결된 자산이다. 트럼프가 언급한 미국 석유 기업의 투자는 민주화의 대가가 아니라,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국영 석유회사 PDVSA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이 모든 계산의 중심에 있다.
셋째는 중국 견제다.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석유 대 차관’ 구조를 통해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왔다. 미국이 원유 흐름을 통제하게 되면,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자금 회수와 향후 정권 성향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는 베네수엘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중남미 전체를 향한 미국의 경고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내부의 권력 구도 역시 이 사태의 향방을 가른다. 야권의 상징적 인물인 마리아 꼬리나 마차도는 도덕적 정당성과 국제적 명성을 갖췄지만, 군과 권력 네트워크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입장에서 이는 2019년 과이도 사태의 재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 베네수엘라 부통령이자 설정 속에서 실무형 인물로 언급된 델시 로드리게스의 모습로드리게스는 베네수엘라 부통령 및 정치인으로 여러 정부 직책을 역임해온 인물로, 2026년 설정에서는 임시 대통령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반면, 실무형 인물 델시 로드리게스는 경제·재정·제재 대응을 총괄해 온 관리형 정치인이다. 공개적으로는 반미 발언을 이어왔지만, 물밑에서는 미국 정치권과 에너지 기업, 금융권과 접촉해 왔다는 설정은 그녀를 ‘거래 가능한 카드’로 부각시킨다. 이상주의자보다 관리와 협상을 중시하는 미국의 선택지가 어디로 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부와 친정부 민병대 콜렉티보의 존재는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이들이 무력 저항에 나설 경우, 베네수엘라는 도시 게릴라전의 무대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연합정부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차비스타 세력, 군부, 야권 일부가 각자의 이권을 보존하는 조건으로 권력을 분점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목적이 완전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협력 가능한 안정이라면 충분히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여파는 중남미 전역으로 번진다. 쿠바는 베네수엘라 석유 의존도가 높아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멕시코는 침공을 규탄하면서도 미국·캐나다와의 자유무역 협정 USMCA 재검토라는 압박을 앞두고 있다. 콜롬비아는 국경 혼란과 마약 문제로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은 계산된 침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마두로의 운명보다 중요한 것은 채권 회수와 차기 정권의 성향이다. 러시아는 주권 침해를 비난하지만, 라틴아메리카 거점을 상실하고 유가 변동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 미국 정치 지형에서 이번 사태는 쿠바계·베네수엘라계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 이슈가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된 성과로 인식될 경우 행정부에는 활용 가능한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이 사태는 히스패닉 유권자, 특히 반차비스타 정서가 강한 지역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교가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피해 없이 끝난 성공적 작전이라는 이미지는 정치적 자산이 된다.
이 가정적 사건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제정치는 다시 힘의 논리가 전면에 등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규범과 질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한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우리가 이미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다. 이제 각 국가는 이상이 아니라 계산으로, 선언이 아니라 거래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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