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병오년을 맞은 보험업계가 성장 둔화와 손해율 압박이란 복합 위기 속에 새로운 사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시장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금리 하락까지 겹치면서, 보험사들은 외형 확대보다 보장성 보험과 신사업 중심의 전략으로 재무 건전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보험산업 전체 보험료 성장률은 2.3%로 예상된다.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성장률은 1.0%, 손해보험 원수보험료 성장률은 3.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보험산업이 과거와 같은 외형 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세 둔화는 자본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리며 보험사의 경영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관리 압박이 커짐에 따라, 자본 여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의 차이가 보험사 간의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올해를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시장 포화·금리 하락과 같은 요인이 맞물리면서 보험산업 전반의 성장 정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늘리기보다는 손해율 관리와 자본 효율성 제고에 경영의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생명보험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생보사들은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장기 보장성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자본 소모가 큰 상품에 대해서는 보다 선별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암 뇌심 진단부터 최신 치료에 이르기까지 주요 보장을 하나의 보험에 담은 '시그니처 H통합건강보험'을 새해 첫 상품으로 출시했다. 이 상품은 보장 영역별로 분산돼 있던 기존의 건강보험 라인업을 하나의 상품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가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장기 보장 계약을 확대해 CSM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BL생명은 고객이 납입한 특약보험료를 건강환급금으로 돌려주는 '(무)우리WON건강환급보험'을 신규 출시했다. ABL생명은 업계 최초로 고객의 가입 나이에 따라 정해진 환급연령 도래 시에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서 기지급 받은 보험금을 차감한 금액을 건강환급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이 상품은 독창적인 환급 구조를 인정받아 생명보험협회로부터 9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NH농협생명은 장기 보장 수요를 반영해 매년 사망보험금이 체증되는 구조의 종신보험 신상품인 ‘스텝업700NH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납입기간을 20년납 단일 구조로 설계해 상품 구조와 보장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매년 사망보험금이 가입금액의 20%씩 증가해 최대 30년간 체증되며 가입 시점 대비 최대 700%까지 보장하는 초체증형 구조를 갖췄다.
손해보험사들은 장기 보장성 보험 확대와 언더라이팅 강화,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를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는 신년 경영 키워드로 영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변동성이 큰 자동차보험의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와 손해율 관리를 통해 수익 구조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화재는 경쟁사 추격을 의식해 ‘초격차’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초격차 삼성화재로의 재탄생’을 경영 화두로 제시하며, 업계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순이익 1위를 내준 데 따른 위기 인식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정종표 DB손해보험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회사가치 성장을 위한 구조적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장기손해율 관리와 보험부문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장기손해율 상승과 대형 사고 영향으로 일부 목표에 미치지 못한 점을 짚으며 전사적인 실행력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효율 중심의 지속가능 경영체계 구축'을 제시하며 수익성과 함께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무게를 실었다. 영업채널 경쟁력 강화와 함께 요양사업·펫보험·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활용 등 신규 사업의 조기 가시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메리츠화재는 장기 인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순이익 1위에 오른 데 이어 보장성보험 확대와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하며 상위권 경쟁에서 우위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보험업계는 올해 손해보험사 간의 영업력 격차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올해 자동차보험료는 평균 1.3~1.5%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비 수가·부품비 상승·사고 빈도 증가로 손해율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대형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2%로 2024년 동기 대비 3.8%p 상승했다. 이에 일부 손보사들은 운전습관 연계 특약과 데이터 기반 언더라이팅을 강화하고 고위험군 인수 제한과 요율 차등화를 통해 구조적 손해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신사업 전략에서는 ‘선별과 집중’ 기조가 뚜렷하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해외 시장의 선택적 확장과 시니어·헬스케어 사업을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가 하면,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기 실적에 치중하기보다 리스크 관리와 지속 가능한 수익원 확보를 목표로 하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와 생산적 금융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상품 구조와 내부 통제 재정비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5세대 실손보험은 수익성 개선의 제도적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급여 외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하고, 비급여를 중증·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한다.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편입해 보험금 누수 축소가 기대되지만, 기존 가입자의 전환 여부는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보험사별 전략 실행력과 대응 능력에 따라 수익성 격차를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는 보장성보험과 신사업 전략이 실질적 수익성 개선으로 얼마나 연계되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며, "자본 운용 효율성과 손해율 관리 역량에 따라 보험사 간 실적 격차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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