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지난해 은행권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를 보냈다. 어김없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또한 책무구조도가 도입됐음에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를 비롯해, 배임·횡령·사기 등 각종 금융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올해는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물론 금융사고로 인한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올해는 비이자 부문 확대·건전성 강화·금융소비자 보호는 물론 정부 정책 기조인 생산적 금융 확대·인공지능(AI) 대전환 등이 주요 경영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편집자 주>편집자>
2026년은 금융의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가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업무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기술로서 모든 업무 흐름에 스며들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주요 금융권 수장들은 올해 핵심 경영 키워드 중 하나로 AI 대전환(AX)을 꼽고 있다. 또한 올해 신년사나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단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AI 역량을 기반으로 금융 본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심산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AI라는 큰 파도는 금융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모두가 예측한다"며, "새롭게 형성되는 디지털 자산이나 AI 비즈니스 시장에서도 우리가 먼저 고객과 사업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역시 "AX는 단순히 수익 창출이나 업무 효율성의 수단이 아닌 생존의 과제로, 일하는 방식과 고객 접점 전반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AX를 통해 신한의 본원적 경쟁력을 증강시키고,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전사적 AX 추진을 통해 그룹의 AI 역량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신사업' 분야에서의 미래 경쟁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올해 인공지능 은행(Agentic AI Bank)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업무혁신이 고객경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경험이 AI의 성능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Agentic AI Bank'를 구현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주요 금융사들은 전사적인 AX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KB금융은 그룹의 전략·시너지·ESG를 담당하는 '전략담당'과 AI·데이터·디지털혁신을 담당하는 'AI·DT추진본부'를 통합하는 '미래전략부문'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그룹의 AI 전환을 본격화하고, 디지털 자산 등 새롭게 형성되는 비즈니스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면과 디지털 채널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전략 수립 및 실행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기존 디지털전략그룹을 ‘AX혁신그룹’으로 변경해 AX 혁신 가속화에 나선다. AX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기존의 디지털혁신그룹을 ‘AI디지털혁신그룹’으로 재편해 디지털·AI 업무 관련 중복 부분을 정비하고, 부서간의 시너지 증대를 도모한다. 또한 기존의 디지털채널부와 전자서명인증사업부를 통합해 ‘디지털금융부’로, 금융AI부와 데이터전략부를 통합해 ‘AI데이터전략부’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AX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AX에 대응하기 위해 분산됐던 △AI전략 △데이터 분석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통합한 'AI데이터부문'을 신설해 AI 대전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블록체인팀은 디지털자산팀(가칭)으로 확대 개편해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대응을 전담하게 했다.
인터넷은행들 역시 AX 가속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AI 파워드 뱅크(AI Powered bank·AI 기반 은행) ’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인터넷은행 최초로 금융 특화 프라이빗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도입해 고객 서비스에서부터 내부 업무에 이르기까지 AI 기술 내재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생성형 AI 앱 번역 서비스 △생성형 AI 상담 어시스턴트(Assistant) 서비스 △생성형 AI 내부 업무 생산성 향상 서비스 등을 통해 AX를 가속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AI 네이티브 은행(AI Native Bank)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AI 거버넌스 구축 △AI 그룹 확장 △금융기술연구소 운영 △AI 전용 데이터센터 개소 △외부기관과 AI 연구과제 수행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프로젝트 등을 통해 AI 기반 금융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스뱅크도 금융상담부터 소비자보호까지 돕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한다. 이는 AI가 단순한 답변 수준을 넘어 금융 상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제안하는 서비스다. 문맥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질의응답·상품별 특화 AI 에이전트·상담 어시스턴트 등이 주된 기능으로, 이를 통해 고객과 상담원 그리고 운영 주체인 토스뱅크 모두에게 최적화된 금융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AI 활용도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전환을 통한 업무 고도화나 데이터 축적 외에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IT 기술 발전과 관련한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에 있다"며, "올해는 실질적으로 다양한 업무에서 AI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업무 침투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내규 검색·챗봇·로보어드바이저·대안신용평가모형 등의 업무 효율성은 더욱 고도화되고, 이상거래 탐지·의심거래 보고·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의무(KYC) 등으로 AI 침투율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면서, "향후 금융사에서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과 함께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중요해지고, 특히 보안리스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회사도 AX를 적극 추진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다만 거버넌스 관련 규제의 강화에 대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교화하는 한편 외부 위탁 증가에 대비해 제3자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