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욕망' 포기 '수평 실용' 선택: 정의선 회장 결단인가? 속사정 있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수직 욕망' 포기 '수평 실용' 선택: 정의선 회장 결단인가? 속사정 있나?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08 05:27:00 신고

3줄요약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2014년 9월,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입찰 결과가 발표됐을 때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시한 금액은 감정가의 3배를 웃도는 10조 5,500억 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10조를 웃도는 이 천문학적인 액수는 정몽구(87)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는 이곳에 105층 규모의 초고층 사옥을 세워 대한민국 경제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삼성동의 하늘길은 당초 계획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랜 침묵을 깨고 105층이라는 수직적 욕망을 내려놓는 대신, 49층 3개동이라는 수평적 실용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건축 계획의 변경이 아니라, 한 기업의 경영 철학이 '과시'에서 '혁신'으로, '상징'에서 '생태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최근 GBC 개발 계획 변경안에 대한 추가 협상을 마무리하고 그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최종 합의안에 따르면 GBC는 지하 8층에서 지상 49층 규모의 타워 3개동으로 건설된다. 용적률 800%를 적용받으며, 최고 높이는 242m로 확정됐다. 과거 569m에 달했던 위용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시민을 위한 대규모 녹지와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하이테크 인프라가 채우게 됐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도시의 경쟁력이 더 이상 건물의 높이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그러한 통찰과 맥을 같이 한다.

50층의 걸림돌과 2조 원의 손익계산서

 현대차그룹이 105층을 포기한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비용이다. 초고층 건축물은 높이가 올라갈수록 공사비가 선형적이 아닌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건축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건물을 105층에서 49층으로 낮출 경우 직접적인 공사비에서만 약 2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초고층 빌딩은 상층부의 엄청난 풍압과 하중을 견디기 위해 특수 강재와 고난도 공법을 필수적으로 동원해야 하며, 이는 인건비와 자재비의 폭등으로 이어진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105층 고수 전략은 '재무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규제의 벽도 높았다.

 건축법상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의 건물은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돼 한층 강화된 재난 관리 기준을 적용받는다. 50층을 넘어서는 순간, 30개 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소화전 연결송수관 설비와 제연설비 기준이 준초고층보다 50% 강화된다. 콘크리트 강도 역시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60MPa 이상의 고강도가 요구된다. 현대차가 정확히 '49층'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규제 할증을 피하면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교한 계산의 결과다. 층수를 54층에서 49층으로 다시 낮춘 것도 오피스와 로비의 층고를 높여 업무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규제 장벽을 넘지 않기 위함이었다.

 국가 안보라는 외부 변수 역시 결정적이었다.

 105층 높이는 수도권 방공망을 책임지는 공군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가리는 '차폐 현상'을 유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는 당초 신형 레이더 구매 및 운용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국방부와 합의했으나, 부지 선정과 구축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건물 높이를 260m 미만으로 낮추면 이러한 보안 이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242m 설계 확정으로 국방부와의 협의는 사실상 종결됐으며, 현대차는 천문학적인 레이더 교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실리적 선택의 대가로 현대차는 서울시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9,827억 원의 공공기여를 약속했다. 당초 105층 전망대와 컨벤션 시설 축소 변경에 따른 보상 성격으로 2,336억 원이 증액된 결과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으로 국제교류복합지구 핵심 부지에 대규모 개방형 도심숲과 문화시설을 확충하게 됐다"며 "장기간 표류한 GBC 개발을 신속 추진해 서울을 대표할 상징적 공간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본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구축과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 올림픽대로 지하화 등 서울의 인프라를 혁신하는 데 투입된다.

바벨탑을 포기하고 플랫폼을 선택한 정의선의 승부수

과거 105층 계획이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제조업적 거대함'을 상징했다면, 49층 3개동은 아들인 정의선 회장의 '모빌리티 서비스' 철학을 대변한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현대차를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인류를 위한 진보'를 실천하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재정의했다. 그에게 사옥은 권위를 과시하는 바벨탑이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기술이 숨 쉬는 거대한 실험실이자 플랫폼이어야 했다.

 단일 타워보다 3개동으로 분산된 구조는 옥상 면적을 넓혀 다수의 도심항공교통 이착륙장(버티포트)을 배치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GBC는 향후 서울 도심 하늘길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타워 내부는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안내 로봇 '달이(DAL-e)'와 배송 로봇들이 직원들과 공존하는 하이테크 공간으로 조성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된 데이터 기반 운영 방식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보안과 안전성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강남 주민들과 지역 정치권은 랜드마크 위상 약화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석주 전 서울시의원은 "초고층 GBC는 전 국민의 자긍심이자 최고의 기술력과 부의 상징"이라며 시행사의 재고를 요청했다. 강남구 발전위원회 역시 "설계 변경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1만 4,000여 명의 반대 서명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105층이라는 상징성이 사라짐으로써 지역 부동산 가치 상승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GBC 사업 기간 26년 동안 발생할 생산유발효과는 약 513조 원으로 추산된다. 고용 창출은 146만 명, 소득 유발효과는 70조 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5조 2,400억 원의 직접 공사비 투입은 침체된 건설 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 중앙에는 서울광장(13,207㎡)보다 넓은 1만 4,000㎡ 규모의 '은행나무 도심숲'이 조성된다. 민간 개발 단지 내 녹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영동대로 상부 지상광장과 합하면 강남 한복판에 서울광장의 2배 크기인 시민 녹지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숲 지하에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연결된 '그레이트 코트'가 들어서 쇼핑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활기찬 공간을 제공한다.

GBC의 명칭이 기존 '센터'에서 '콤플렉스'로 변경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곳은 이제 현대차만의 닫힌 공간이 아니라, 시민과 기술, 자연이 뒤섞이는 복합적인 유기체로 거듭나려 한다. 수직으로 솟구쳐 오르는 경쟁보다는 수평으로 연결되는 협력을 선택한 정의선 회장의 결단이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풍경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2031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는 GBC는 이제 바벨탑의 저주를 넘어 실용의 숲으로 나아가고 있다. 10년의 표류 끝에 비로소 본궤도에 오른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업 사옥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고동칠 수 있을지는 이제 실행의 영역에 남겨졌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