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의 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 박닌의 변화는 거리의 간판과 식탁 위 매운 중식·한식 메뉴에서부터 감지된다. 하노이 북쪽에 위치한 이 도시는 한때 논과 수백 년 전통의 관하(官賀) 민요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베트남에서 가장 바쁜 산업 거점 가운데 하나로 변모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과 미·중 갈등이 촉발한 투자 이동이 지역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과 베이징 간 마찰은 베트남 경제에 ‘반사이익’을 안겼다. 중국 내 공장 이전이 늘면서 외국 자본이 기존의 한국·일본 투자 흐름에 합류했고, 베트남은 제조업 허브로 도약했다. 다만 임금 상승, 인력 부족, 인프라 미비는 고속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국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추격 속에서 베트남은 고부가가치 제조로의 전환과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려 한다. 이러한 전략의 현장이 바로 박닌이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수공업 중심지였으나, 2008년 전후 삼성이 첫 휴대폰 공장을 세우며 급격한 산업화를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은 삼성의 최대 해외 제조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와 무역 제한에 대응해 생산 거점을 분산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박닌으로 몰리고 있다. 1990년대 하노이와 베이징의 관계 정상화 이후 중국 자본 유입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다만 베트남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40분의 1 수준으로, ‘세계의 공장’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중국 국경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등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닌 도심에는 중국어 투자 광고판이 걸린 편의점 ‘티몰’이 들어섰고, 현지인과 중국인을 잇는 중·월 어학원도 생겼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생산을 분산하는 ‘중국+1’ 전략—예컨대 애플의 인도 이전—의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중국 기업들이 우수 인력과 자원을 놓고 경쟁하면서 인건비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선전에서 이주한 한 통신장비 기업 관계자는 “채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2024년 이후 인건비가 10~15% 상승했고,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콥 로스만 휘롱실업유한공사 CEO는 베트남이 여전히 중국의 기술·장비·전문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최고의 생태계는 중국에서 나온다. 수십 년의 정부 지원과 대규모 투자, 인구 규모가 만든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복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물류 측면의 격차도 남아 있다. 미국 SEKO Logistics의 글로벌 최고비즈니스책임자 브라이언 버크는 베트남이 인프라와 물류에서 여전히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박닌 같은 신흥 도시에서는 임금 인상과 보너스, 첫 출근 날 라면 제공, 통근버스 지원 등으로 노동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 붐의 최전선에 선 박닌은 베트남 제조업 도약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인력·비용·인프라라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