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급여 대상인 국소마취제가 비급여로 이중 청구돼 최근 5년간 환자 부담이 540억원에 달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행위 수가에 이미 포함된 국소마취제를 비급여로 다시 청구해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건강보험공단은 부당 청구 실태를 조사하고 환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도뇨·방광경 검사 등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국소마취제는 건강보험 수가에 재료비로 포함된 '산정불가 급여' 항목으로, 환자에게 별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제약사가 같은 성분의 국소마취제를 비급여 제품으로 판매하고, 병원이 이를 사용하면서 심평원에는 급여로, 환자에게는 비급여로 비용을 청구해 사실상 비용이 두 차례 부과되는 '이중 청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경실련의 설명이다.
경실련이 2020∼2024년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정보와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가격 고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급여 국소마취제 출고 금액은 2020년 68억원에서 2024년 85억원으로 2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급여 출고 단가는 19.5% 인상된 반면, 급여 제품 단가는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경실련은 "급여 제품은 수가가 고정돼 있지만 비급여 제품은 병원이 가격을 정할 수 있어 급여 대비 과도한 비용이 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경실련은 최근 5년간 상급종합병원 45곳 가운데 1곳을 제외한 44곳에서 비급여 국소마취제가 모두 소진됐다고 가정하고, 제품별·연도별 출고 단가와 출고 수량, 제품별 이익률 등을 토대로 이중 청구로 인한 환자 부담 규모를 산출했다.
그 결과 병원이 환자에게 청구한 비급여 국소마취제 총액은 2020~2024년 5년간 약 543억8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실련은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정부의 비급여 관리 부실을 지목했다. 비급여 의약품은 신고 의무가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동일 성분의 비급여 제품 사용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부당한 비급여 사용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급여 청구 시 비급여 사용 내역도 함께 보고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번 조사 결과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달하고, 국소마취제 이중 청구가 확인될 경우 부당 청구액 환수와 함께 유사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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