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피해 전력직접구매제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한전이 ‘체리피킹’ 방지를 명분으로 제동을 걸 정책을 고심하고 있어 산업계와 전력당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전력직구제 계약 기간과 절차를 대폭 강화해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떨어뜨린 정부의 최근 관련 제도 개편을 두고, 산업계 안팎에서 전력직구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계약 최소 기간 연장과 사전 통보 의무 강화, 조기 종료 제한 등 제도 보완을 넘어선 규제성 조치가 잇따르면서 전력직구제의 유연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제도 활용을 억제하기 위한 행정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력직구제는 최근 도입된 예외적 제도가 아니라 2000년대 초 한전 독점 구조 완화를 목표로 정부가 공식 도입한 정상적인 제도”라며 “다만 그동안 제도를 사실상 방치해오다 전기요금 급등 이후 기업들의 활용이 늘자 뒤늦게 제약을 강화하는 것이라 제도 도입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전력당국은 전력직구제 확산에 줄곧 ‘체리피킹’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력 직구 제도가 경쟁 촉진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기업들이 이익만 취하는 구조로 변질됐다”며 시장원리에 따른 요금 반영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제도 폐지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체리피킹에 따른 시장 왜곡을 지적하며 망요금 현실화 등 제도 보완을 통해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전력당국은 전기요금 변동에 따른 ‘체리피킹’을 차단하고 전력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실질적인 제도적 제약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전기위원회는 전력직구제의 최소 계약 유지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조기 종료 예외 조항을 삭제한 데 이어 한전과 재계약할 경우 6개월 전 사전 통보를 의무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 전력직구제 확대만 ‘체리피킹’으로 규정해 제약하려는 정책은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력직구제 확대를 체리피킹으로 규정하며 제약을 강화하는 것은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 산업계의 유일한 회피 수단까지 막는 것으로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이중 왜곡에 해당한다”며 “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직구제 확대를 제한하지 않는 등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하며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하는 현재 기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전력직구제를 둘러싼 산업계과 전력당국의 의견 대립은 전기요금이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면서 나타난 부산물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가 상승분을 모든 소비자에게 공정하게 분담하지 않고 주택용 요금 인상은 억제한 채 산업용 전기요금만 집중적으로 올리면서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이 전가돼 왔기 때문이다. 산업계 역시 전력직구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당국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산업계에만 전기요금 인상을 누적시키면 장기적으로 전력시장의 합리적 운영을 저해하고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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