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멈춘 韓..."공존형 디지털자산, 법 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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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멈춘 韓..."공존형 디지털자산, 법 제정 시급"

폴리뉴스 2026-01-07 17:55:10 신고

 디지털화폐가 결제·정산 인프라로 확장되며 각국의 제도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디지털화폐가 결제·정산 인프라로 확장되며 각국의 제도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논의의 초점이 특정 수단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 주체와 허용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반복되는 사이 디지털 화폐가 실제로 어떻게 지급결제 인프라에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조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본지가 만난 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은행 부총재보)은 "디지털 화폐 논의가 스테이블코인 하나로 수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자산 논쟁의 핵심은 특정 수단의 채택 여부가 아니라 토큰화된 자산이 거래되는 환경에서 어떤 지급결제 구조를 설계할 것인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 프로젝트 한강, 각국 중앙은행이 주목한 '실거래 디지털 화폐' 실험

이 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은행이 추진했던 '프로젝트 한강'을 디지털 화폐 논의를 구조적으로 확장시킨 실험으로 평가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이 개인에게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리테일 CBDC 실험이 아니라, 은행이 예금을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정산 단계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투티어 구조를 실거래 환경에서 검증한 프로젝트다.

은행이 고객 예금을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은행 간 정산이 필요한 경우에만 중앙은행이 지준(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토큰화한 지준토큰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 개입하거나 주도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지급결제의 안정성과 신뢰를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가 구현됐다.

실험 결과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결제 중간 단계를 줄여 즉시 결제가 가능했고, 수수료 절감과 가맹점 대금의 신속한 정산이 확인됐다. 편의점 실거래 테스트에서는 가맹점 부담 감소가 소비자 할인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실증 결과가 디지털 지급결제 구조가 실제 경제 활동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추진한 '한강 프로젝트'의 성과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료=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은행이 추진한 '한강 프로젝트'의 성과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료=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특히 프로젝트 한강은 국내 실험에 그치지 않고, 해외 중앙은행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여러 국제 회의와 교류 과정에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프로젝트 한강의 구조와 접근 방식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리테일 CBDC 도입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논란을 피해 가면서도, 디지털 화폐가 실거래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주요국의 디지털 화폐 전략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유럽이 디지털 유로를 중심으로 한 소매형 CBDC를 추진하고,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중앙은행의 직접 개입 모델을 택한 것과 달리, 한국은 민간 금융의 역할을 유지한 채 중앙은행이 신뢰의 축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실험했다. 미국이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한 것과 비교해도, 지급결제 구조 자체를 설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다른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중앙은행은 뒷받침, 민간은 활용..."공존형 디지털자산 구조, 법제 정비가 관건"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한국형 모델이 중앙은행의 영향력 확대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시도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디지털자산 시장을 주도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를 유지하는 데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이 제도권 금융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책무라는 인식이다.

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사진=권은주 기자 
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사진=권은주 기자 

그는 향후 한국의 디지털 화폐 논의가 경쟁 구도가 아니라 보완과 공존의 관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역할이 다른 지급수단이며, 예금토큰은 국내 지급결제의 안정적인 축으로, 스테이블코인은 크로스보더 거래나 특정 용도에 특화된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의 환금 구조가 명확히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유자가 언제든지 1원을 1원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공식 경로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예금토큰이나 은행권 정산 구조와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과 금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논의가 스테이블코인에만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지준토큰, 예금토큰, 토큰 증권,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자동결제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 전반에 대한 법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데, 특정 수단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정책 설계의 균형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와 함께 증권법, 은행법,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자동결제에서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는 아직 국제적으로도 정립되지 않은 과제인 만큼, 제도 논의가 보다 넓은 범위로 확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 화폐 논의의 초점은 발행 주체나 수단이 아니라, 지급결제 인프라의 신뢰와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 논쟁을 넘어서 예금토큰, 정산 구조, 토큰화 자산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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