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중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7일 중국 상하이에서 가진 순방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양 정상이 지난 5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인식을 모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아주 긴 시간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그러나 이게 있는 얘기를 모두 대외적으로 공개를 하는 게 바람직할 때도 있고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거나 이렇기 때문에 일부만 얘기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중국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는 점은 당연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중국 측에 요청을 한 게 있다"며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모든 통로가 막혔다, 신뢰가 완전히 제로일 뿐만 아니라 적대감만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노력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서 소통 자체가 안 되니까 중국이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좀 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께서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평가하고 인내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내심에 관한 이야기는 시 주석뿐만 아니라 리창 총리도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라며 "그 말이 맞다. 사실 우리가 꽤 오랜 시간 동안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 공격 행위를 했지 않나. 북한에서는 엄청 불안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상대와 대화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 편 들었다고 종북이라고 할 건가. 이건 냉정한 현실"이라며 "엄청난 경계심과 적대심을 유발했고, 대화가 쉽지 않다. 꽤 오랜 시간 쌓아온 업보, 적대가 있기 때문에 이게 완화돼서 대화가 시작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역할도 필요하다"며 "중국에 그 부탁을 했고, 중국의 일정한 그 역할에 대해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도 매우 실용주의적인 사람이고 한반도 핵 문제를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며 "나도 그렇고, 중국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측면에서 좋은 기회 아니겠나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해선 "한반도 핵 문제도 당연히 심각하게 이야기한다"며 "상대방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를 주장만 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현실에 입각해서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야 한다. 주변 국가든 북측이든 우리 한국이든 다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하나의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은 있다"며 "예를 들면 북측 입장에서는 체제 안전, 그리고 여기에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 최고 지도자 모두가 똑같이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제가 추가로 얘기한 건 이런 것"이라며 "지금 이 상황이 계속 방치되는 것 자체가 동북아 또는 전 세계에 손해다. 끊임없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 기술은 개선되고 있다. 체제 보호에 필요한 만큼의 생산이 이뤄진 다음에 추가 생산되는 핵무기는 아마 국경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게 전 세계 평화와 안정에는 위해인 게 분명하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는 장기적으로 비핵화해야 하지만 북한 정권 입장에서 지금 핵을 없애는 걸 동의할 수 있겠느냐.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되겠나. (북한이) 수용할 수 있을까. 제가 보기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럼 방치할 거냐. 결국 여기서 실현 가능한, 모두에게 도움 되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며 "현재 상태에서 중단하는 것, 추가 생산 하지 않고 국외로 핵물질 반출하지 않고 더 이상 ICBM 개발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익이니까 그 이익을 포기하는 보상 또는 대가를 지급하고 일단 타협할 수 있지 않나, 단기적으로. 이게 어느 정도 되면 중기적으로 감축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좀 길게 봐서 핵 없는 한반도, 이거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장기적 목표로"라며 "그래서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자는 게 우리가 제안했던 안이고 이 진정성에 대해 북측에 좀 충실하게 설명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인 '중단-축소-비핵화'의 3단계 접근법을 거듭 설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끊임없이 시간을 갖고 노력해 봐야 한다. 안 하는 것보다 낫고 또 해야 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중국 측의 공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금이 기회"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5년 단임제에 대해 중국도 관심을 보인다. 과거에는 대외관계에서 진폭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에 커녔다. 상상 이상의 급변이 있었다"며 "지속적인 정책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할 수 없다. 운명이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문제라면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화' 방법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쉽게 뒤집지 못하게 제도화하면 된다까지 얘기했다"며 "제도화 방법은 입법을 해놓든지, 조약을 맺어놓든지, 문서상 번복할 수 없는 합의를 해놓든지 하면 마음대로 못 뒤집는다"고 했다.
李 "한한령 해제 단계적으로 잘 해결될 것"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가 해제·개선될 조짐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꽤 오래된 의제인데 중국 정부는 한한령은 없다고 계속 말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좀 표현이 다른 점들이 있었다"며 "'석자 얼음이 한꺼번에 언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다 녹겠나. 과일은 때가 되면 익어서 떨어진다'고 했는데 그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갑자기 바뀌면 (중국이 한한령은) 없다고 했던 게 있는 게 되지 않나. 그런 점들은 서로 이해해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봄도 갑자기 오지는 않는다.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시 주석이) 실무 부서에서 구체적 협의를 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실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질서 있게, 유익하게, 건강하게 이 문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한령 해제는) 조짐 정도가 아니라 (중국의) 명확한 의사표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기나 방식, 분야, 대상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무한대로 할 수는 없는 게 그 사회주의 체제의 속성이기 때문에 100% 완전히 방치할 수도 없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해야 된다. 구체적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서두르지 않고 우리도 지금까지 아예 제로(0) 상태로 이렇게 오랜 세월을 보냈는데 조금씩 단계적으로 원만하게 해나가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李 "역사 올바른 편 서라는 시진핑 말, 공자 말씀으로 이해해"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저는 그 말씀을 공자 말로 들었다"며 "착하게 잘 살자, 뭐 이런 의미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가 역사적으로 바른 편에 서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맞다. 그것을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저로서야 특별히 거기에 반응할 필요를 못 느꼈다"며 "그냥 공자말씀이라서 그렇구나. 이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게 사담을 나누는 게 아니니까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공개석상에서 하는 얘기는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주면 좋다. 저도 제가 할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밀한 이야기들은 또 비공개 석상에서 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도 제가 '각 국가의 핵심적 이익이나 중대 관심사에 대해선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며 "대한민국의 핵심 이익,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핵잠수함 문제가 그런 것 아니겠나. 또 중대 관심사에 대해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는 일본 관계도 중국과의 관계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리고 제가 이 얘기도 명확하게 했다. '중국의 시 주석은 중국의 국가적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은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냐. 그러면서도 서로 필요한 부분에서 타협·조정해 나가는 것이 국가 간 관계'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李 "中에 문화콘텐츠 진출 제한 등 혐중 선동 근거 해소 요구"
이 대통령은 혐중·혐한 정서 문제에 대해 "중국은 이웃이고, 떠날 수 없는 관계이고, 거대한 잠재력인데 우리가 배척하고 피하면 우리 손해다"라며 "그런데 꽤 오랜 기간 혐중, 혐한 정서라고 하는 게 양국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정말로 큰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이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면 중국에 상품 서비스 수출이 지금 많이 나빠졌다. 홍콩을 제외한 무역수지가 지금 적자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그렇게 됐냐. 중국 사람들 입장에서 한국 상품을 보면 싫은 것"이라며 "한국 상품이나 문화가 좋으면 화장품도 사고 싶고, 물건도 사고 싶고, 놀러도 가고 싶고 그런 건데 자꾸 싫어하니까(소비하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게 계속 악순환이 되는데 이 점을 개선해야 한다라는 점에 저나 중국 국가 지도자 모두가 동의했다"며 "제가 근거 없고, 불필요한 혐중 조장, 혐오 조장을 없애야겠다고 했다. 무슨 부정선거를 중국이 어쩌고저쩌고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해서 감정을 상하게 해서 되겠나"라고 했다.
쿠팡 사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의 그 범죄 행위자가 중국 사람이라고 하는데, 어쩌라고요. 일본 사람이면 그러면 그때부터 일본 사람 미워할 건가"라며 "쿠팡에 미국 사람이 있으면 미국 무지하게 미워해야 하는데 그건 왜 안 하는 건가. 도대체 그야말로 근거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국무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하고, 명백한 허위 주장이나 행동에 대해서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이거 때문에 사실 많이 줄어들기는 했고 이 점에 대해서 중국 정부나 중국 국민들이 많이 알게 되면서 호감도가 많이 개선된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 측에 '대한민국이 혐중 선동을 하는 근거들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게 소위 문화콘텐츠 진출 제한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정책은 아니라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한국 영화 잘 안 틀고, 한국 공연 잘 못하게 하는 게 개선되지 않고 있으니까 공격의 빌미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다 외교를 역제안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가 서로 협력적이고 우호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지방 균형 발저 차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판다를 좋아하는데 국가 제2 동물원인 광주 우치동물원에 판다나 한 쌍 보내주면 어떻겠나 해서 실무협의를 한번 해보기로 해서 아마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혐중, 혐한 정서 문제는 각 국가 차원에서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양국이) 서로 공감하고, 앞으로 진척이 될 것"이라며 "방향을 바꿨으니 많이 개선되지 않을까 싶고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李 "시진핑, 1년에 한 번 이상 만날 생각…시진핑, 자주 오라 해"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동 정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에 대해 "정상 간 1년에 한 번 정도는 보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시 주석이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며 "다만 시 주석이 그런 얘기는 했다. '꼭 한번 오고, 한번 가고 이래야 하느냐' 해서 저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올해 (중국에서 열리는) APEC 때문에 제가 중국에 가면 시 주석을 또 만나고 양자 회담할 가능성이 큰데, 형식적으로 따지면 시 주석이 한국에 와야 하는 것"이라며 "근데 일정이라고 하는 게 아마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또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느냐. 한번 왔으면 한번 가고 그래야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이 그 얘기를 몹시 어렵게 표현했다"며 "말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편할 때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가주 연락하고 자주 방문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가급적 1년에 한 번 이상은 직접 만날 생각"이라고 했다.
李 "서해구조물, 공동수역 살짝 넘어온 것…실무 논의하기로"
최근 서해 구조물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에 대해 "서해에 사실 각자 고유 수역이 있고 중간쯤에 공동관리수역이 있다. 그런데 공동관리수역에 사실 선을 그어서 관할을 나눠버리면 깔끔한데 중간을 공동관리로 남겨놓은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이걸 선을 그으면 제일 깨끗하다. 그런데 (중국 구조물이) 공동관리수역 중에서 중국 쪽 경계에 붙여서 살짝 넘어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구조물을 중국이) 옮기게 될 것"이라며 "공동관리수역 중간에 선을 그어버리고 당신들 마음대로 써라. 그 얘기를 실무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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