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만든 현실-비현실 혼란의 경계에 선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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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만든 현실-비현실 혼란의 경계에 선 우리 아이들

르데스크 2026-01-07 16:30: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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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10대 학생들의 SNS 금지법 도입 요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0대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만한 인공지능(AI) 사진·영상 콘텐츠가 SNS·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게 이유로 지목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실제와 거의 흡사한 허위·조작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생성·확산되고 이러한 콘텐츠가 청소년들의 현실 인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가령 AI 기술로 몸매가 보정된 사진을 보고 실제인양 착각해 건강을 해쳐가며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식이다.

 

일주일 하루는 꼬박 영상만 보는 10대 아이들, 진짜·가짜 알 길 없는 영상 보고 곧장 모방

 

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작년 6∼9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6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주일 사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무려 95.1%에 달했다. 사실상 10대 학생들 거의 모두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셈이다.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200.6분(약 3.3시간)으로, 일주일 중 하루는 꼬박 동영상 플랫폼을 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학교급별로는 중학생이 233.7분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등학생 226.2분, 초등학생 143.6분 등의 순이었다.

 

10대 학생들의 동영상 플랫폼 이용에 몰두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숏폼 콘텐츠의 확산이 지목됐다.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 순위는 인스타그램 릴스(37.2%), 유튜브(35.8%), 유튜브 쇼츠(16.5%), 틱톡(8.0%), 네이버 클립(1.3%) 등으로 숏폼 플랫폼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지난 일주일 동안 숏폼 콘텐츠를 얼마나 자주 보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49.1%가 '매일'이라고 답했다. 직전 조사(2022년) 당시 매일 본다는 응답률이 0.2%였던 것을 비교하면 '폭증'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다.

 

▲ 유튜브 영상을 시청 중인 한 미성년자. [사진=연합뉴스]

 

주목되는 사실은 10대 학생들이 무분별한 영상 콘텐츠 소비가 미치는 부작용의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허위·조작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면서 부작용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론 스스로 가짜 음란물을 만들어 확산하는 행위가 꼽힌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사이버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총 3557명이었으며, 이 중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이거나 20대였다.

 

검거된 인원 중에는 딥페이크 음란물 관련 범죄 용의자가 가장 많았는데 그들 중 무려 61.8%가 10대였다. 디지털 기기 활용에 능숙하고 영상 콘텐츠 이용이 많을수록 범죄 가담 확률이 높다는 방증이다. '딥페이크'는 사진이나 영상을 조작하는 행위이며 '딥페이크 음란물'은 타인의 사진을 다른 음란물 영상과 합성시켜 마치 해당 인물이 음란물 속 행위를 벌인 것처럼 교묘히 짜깁기한 영상을 말한다.

 

무분별한 무분별한 영상 콘텐츠 소비의 또 다른 부작용으론 인식·사상의 오류·왜곡이 꼽혔다. 허위·조작 콘텐츠를 진실 또는 실제라고 착각하면서 생겨나는 인식·사상 오류·왜곡의 경우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평가됐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상업적 목적의 '가짜 건강정보' 콘텐츠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AI 기술로 만들어진 가짜 전문가가 의학적 권위를 흉내 내거나 실제 전문가의 이미지·말투를 AI로 모방해 만들어진 조작된 정보가 전파되면서 인식 왜곡, 금전·건강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10대 학생의 경우 이러한 '가짜 건강정보' 콘텐츠의 주 소비층은 아니지만 비슷한 콘텐츠에 노출될 경우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 시 되고 있는 10대 여학생들의 '마른 몸매' 집착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건강 악화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일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극도로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한 '초절식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앙상한 몸을 만들기 위해 아주 소량의 음식물만 섭취하거나 아예 먹지 않는 식이다. 심지어 물만 먹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뼈말라' 등의 신조어를 낳는 등 거의 '신드롬'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SNS 등에서 접한 편집·조작 콘텐츠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SNS 등에는 몸매를 훤히 드러내거나 과시하는 콘텐츠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그 중 대다수는 편집·조작 과정을 거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10대 학생들은 편집·조작 된 몸매가 마치 실제인 것처럼 받아들여 동경하게 되고 급기야 모방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만들어진 영상·이미지를 따라하려다 보니 결국 건강까지 해쳐가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실제로 앞서 2023년 청소년건강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대 학생의 약 35%가 SNS의 영향을 받아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제 사회 대세로 떠오른 '미성년자 이용불가'…한국은 논의조차 미진한 걸음마 단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전 세계적으로 10대 학생들의 SNS 이용·접근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SNS 이용·접근을 막아 불필요한 부작용 가능성을 없애버리겠다는 의도다. 일례로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15세 미만 청소년의 교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는데 올해 9월부턴 SNS 이용까지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또 휴대전화 사용 금지 연령도 기존 15세 미만에서 18세만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포르노, 자살·자해 등 유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안면 인식과 신분증 검사 등 엄격한 연령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조치했다. 10대의 경우 콘텐츠 접근이 전면 제한된다.

 

▲ 호주는 2025년 말부터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주는 10대 학생들의 SNS 이용 금지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말부터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금지 대상 플랫폼은 틱톡, 엑스(X),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다. 호주는 특히 이용자를 처벌하는 방식 대신 해당 플랫폼 운영 업체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처벌 규정을 세웠다. 개별 이용자를 일일이 처벌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국가 외에도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청소년 SNS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대 학생들의 SNS 이용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정부나 정치권 차원의 구체적인 규제 논의가 아닌 사회적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14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입을 거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법안 등이 발의되긴 했지만 모두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0대 학생들의 SNS 이용이 이미 과몰입 수준에 다다랐고 그 부작용 또한 상당한 만큼 이용 금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10대 학생들은 발달 단계상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판단력이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다"며 "현재 AI로 조작된 사진·영상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환경에서 단순히 SNS 접근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 사회적 보호 장치 마련 등 사회 전반의 책임 있는 대응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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