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의 주가는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크래프톤의 주가는 35% 이상 감소했으며 새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크래프톤의 실적은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던 2024년에 이어 작년에도 역대 최고 매출 경신이 확실 시 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4069억원으로 연매출 3조원 돌파가 유력하며 영업이익도 1조519억원으로 2024년 연간 영업이익에 이미 근접했다.
이처럼 역대 최고 실적에도 크래프톤의 주가가 저평가 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주력 IP인 ‘배틀그라운드’의 완만한 하향세가 감지되는 가운데 뒤를 이을 차기 IP의 개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5년간 외부 개발사 인수 합병과 인도 시장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5억달러에 인수한 언노운월즈의 신작 ‘서브노티카2’는 본래 작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내부 점검에서 완성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출시일을 올해로 연기한 상황이다. ‘다크앤다커’와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개발했던 ‘어비스 오브 던전’은 정식 출시도 하기 전에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그렇다고 크래프톤의 전망이 어둡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출시한 몇몇 게임은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매출 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작년 3월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한 ‘인조이(inZOI)’는 출시 1주일 만에 100만장을 달성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서 해보기였던 만큼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빠르게 이용자가 감소하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추가된다면 장기적으로 크래프톤의 대표 IP 중 하나가 될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년 10월에 출시한 ‘미메시스’는 의외의 복병이었다. 4인 협동 공포게임 미메시스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을 타고 출시 50일 만에 100만장 판매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작년 11월 출시한 ‘마이 리틀 퍼피’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연이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거대한 매출에 가려져 있지만 첫 IP로 100만장 판매를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 게임들은 국내 게임 시장의 주류인 모바일이 아닌 PC와 콘솔로 출시됐는데 이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패키지 판매 방식을 채택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이외에도 다양한 신작을 준비 중이다. 작년 출시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서브노티카2는 수개월째 스팀 찜 목록(위시리스트) 순위 1위를 지키며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펍지 스튜디오에서도 작년 12월 알파테스트를 진행한 ‘PUBG: 블랙 버짓’과 ‘PUBG: 블라인드 스팟’ 등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앞서 해보기로 출시해 큰 인기를 누린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의 모바일게임과 2024년 인디게임 흥행 신기록을 작성했던 ‘팰월드’ IP 기반의 모바일게임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로의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준비 중인 신작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다방면으로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여기에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도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AI 전환이 실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10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AI 퍼스트’ 전략을 발표하고 1000억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게임 개발 과정의 자동화를 통한 개발 기간 단축과 프로젝트 수의 증가, 대화형 NPC와 이용자 맞춤형 퀘스트 등 AI 기반 콘텐츠의 실용화, 이용자의 과금 패턴을 분석한 수익성 개선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AI 퍼스트 전략 발표 후 내부 인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역시 AI를 통한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AI 전환이 당장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AI로 제작된 콘텐츠의 완성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개입해 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다 AI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게이머들이 많은 것 역시 걸림돌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그동안 배틀그라운드라는 강력한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며 “배틀그라운드의 수익성이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가 올해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시장의 비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일 크래프톤의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증권가 보고서가 나오면서 크래프톤 주가는 전일 대비 6.6%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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