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유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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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유의 목소리

이슈메이커 2026-01-07 10:15: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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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미경 기자]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유의 목소리

 

1990년대 중반, 서울의 홍대 앞은 시대의 상징이었다. 지하에서 울리던 기타 소리, 낡은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던 청춘의 외침, 그리고 주류 음악이 담아내지 못한 자유와 실험의 욕망이 그곳에 있었다. 1995년, 한국 인디음악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클럽 드럭’과 ‘롤링홀’의 탄생은 30년 뒤 오늘을 예고하는 첫 파문이었다. 2025년, 인디음악은 ‘서른 살’을 맞았다. 자율과 실험의 상징이던 인디는 지금, 존재 이유를 묻던 위기를 지나 자립의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

 

ⓒPixabay
ⓒPixabay

 

독립의 음악, 위기의 그림자
‘인디(Independent:독립된, 독자적인)’라는 단어가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라 불리는 1990년대에 처음 역사에 등장했을 때, 그것은 거대 기획사 체계에 맞서는 자유와 창작의 징표였다. 홍대 앞 소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공연들은 ‘자기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은 청춘’들의 해방구가 되었고, 언더에서 메이저로 향하는 음악인들의 새로운 통로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한국 인디음악의 시간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00년대 초 음반 시장의 붕괴와 디지털 음원 전환은 독립 뮤지션에게 생존의 위기를 안겼고, 치솟는 공연장 대관료와 반대로 바닥을 치는 음원 단가에 수입은 급격히 줄었다. 그러다 2003년~2008년 무렵엔 지금의 대표 인디밴드인 자우림,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이 알려지며 홍대 클럽문화와 독립레이블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한국 인디신이 문화적·산업적으로 대중과 가장 활발하게 교류했던 시기도 찾아왔다. 이 당시 인디는 대중음악의 일부로 흡수되며 하나의 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20년대 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시 한번 위기가 가시화됐다. 에반스라운지, 브이홀 등 터줏대감 공연장을 포함해 문 닫은 홍대 공연장만 50여 곳에 달했고, 전년도 대비, 인디 공연 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음악은 남았지만, 무대가 사라졌다”라는 자조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음악,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신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공연장의 불이 꺼진 자리에는 유튜브, 사운클라우드, SNS가 새로운 무대이자 창구로 등장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라이브 방송과 비대면 콘서트 형식의 실험이 활발해지며,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의 ‘인디’ 카테고리 청취율은 2020년 대비 약 37% 증가했다. 음원 유통의 문턱이 낮아지고, AI 마스터링, 디지털 배포 서비스의 보편화로 누구나 손쉽게 창작과 유통을 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인디의 개념도 달라졌다. 과거엔 ‘언드그라운드 반(反)문화’로 설명됐다면, 지금의 인디는 ‘브랜드 독립성과 창작 주체성을 지키는 창작자들의 생태계’로 해석되고 있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아도 팬층과 직접 연결되는 경제적 구조가 실현 중인 것이다.

 
  또한, ‘홍대’라는 인디의 출발점이자 상징이던 지리적 경계 지점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 부산 등 지역별로 로컬 인디신이 자생하며, 각자의 색깔로 음악을 만들고 있다. 제주에서는 2025년 10월 ‘U DO ROCK YOU’페스티벌 개최로 섬 문화와 음악의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부산에서도 독립·인디신과 연계된 페스트(Fest)들이 소규모 및 다양한 형태로 열리고 있다. 해외로의 연결도 이어지는 중이다. 2024년 MPMG뮤직이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VISION BANGKOK(비전 방콕)’은 공연뿐만 아니라 싱글 발매, 현지 브랜드 협업 등 실질적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한 사례로 꼽히며, 인디 레이블들은 일본, 유럽, 동남아의 소규모 공연 네트워크와 협업하며 ‘글로컬 인디’라는 새로운 양상을 만들고 있다. 그 외 메타버스 공연, NFT 음원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디 실험도 이어진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독립 음악이 생존을 넘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인디음악은 디지털시대 음악 생태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립하며 진화하고 있다. ⓒPixabay
한국 인디음악은 디지털시대 음악 생태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립하며 진화하고 있다. ⓒPixabay

 

생존 넘어 자립으로, 다시 시작하는 인디
인디신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불안정한 산업 구조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텨온 ‘지속가능성의 모델’이기 때문일 것이다. 팬들이 직접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크라우드펀딩, 구독형 멤버십 모델을 늘려 팬 커뮤니티 기반의 수익 구조를 만들고, 공동 창작과 협업 생태계를 확장하며, 로컬 기반 공연 부활을 이끄는 등의 자립형 생존전략으로 거대 산업의 변두리가 아닌, 디지털시대 음악 생태계의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으니 말이다.

 
  2026년이 시작된 지금, 한국 인디음악은 새로운 30년의 문턱에 서 있다. 여전히 쉽지 않은 생존의 길이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정신은 건재하다. ‘홍대 앞 작은 무대’에서 시작된 목소리는 이제 세상 곳곳으로 흩어져 다른 형태의 독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심엔 자기 세계를 지키며 시대와 대화하려는, 가장 오래된 것이자 가장 새로운 예술 방식인 ‘인디의 정신’이 숨 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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