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질유 게임 ‘판’ 바뀐다”…베네수엘라發 격변에 정유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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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질유 게임 ‘판’ 바뀐다”…베네수엘라發 격변에 정유업계 ‘촉각’

한스경제 2026-01-07 10:05: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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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유정./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유정./ 연합뉴스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2026년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정유 시장 무게추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자국 송환한 데 이어 정권 이양 전까지 석유산업 전반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 사실상 ‘산유국 리셋’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중질유 수급구조 및 정제설비 경쟁력 구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는 3000억 배럴 규모 2P 매장량(확인 및 추정 매장량)을 보유한 세계 최대 원유 부국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하루 생산량은 100만 배럴 이하다. 글로벌 원유 생산량 대비 비중이 1%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장기간 가동 중단 및 화재로 인한 업그레이더 기능 저하, 수출 병목 등으로 생산 효율성도 크게 떨어져 있다. 

수입 나프타로 초중질유를 희석해 수출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까지 말레이시아·브라질 해상에서 중국향 블렌딩 수출이 주 경로였다. 하지만 미국 개입 이후 이 경로에도 제약이 생기며 중국 독립 정유사(티팟) 가동률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베네수엘라산 메레이유 국제 가격은 브렌트유 대비 최대 21달러까지 낙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전체 생산량이 적고 단기 증산 여력도 제한적인 만큼 국제유가 수준은 상대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가격 급등을 유발할 변수는 아니나 글로벌 트레이더들은 선박 운임, 보험료, 수출 병목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 중질유 시장 중기 리스크를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중요한 점은 향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중질유 수급 방향성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미국이 수입 중인 캐나다산 중질유를 일정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생기며 중남미산 중질유 글로벌 비중 재확대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업그레이더·정제설비·송유관·전력 인프라 등의 전반 전면적 복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수천억 달러 규모 재건 예산과 최소 2~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중질유 가격은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고도화 설비를 갖춘 정유사 정제마진, 즉 크랙 스프레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같은 중장기 시나리오 속에서 미국 걸프만 지역 정유사들과 함께 국내 고도화 설비 기반 정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쓰오일의 경우 중질유 수입 비중이 낮고 신규 석유화학 프로젝트 ‘샤힌’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정제 및 석화 부문 펀더멘털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에쓰오일은 4분기 호실적에도 불구, 주가가 부진한 국면이었으나 베네수엘라 사태에 따른 중질유 가격 하락, 크랙 스프레드 개선 효과 등을 감안하면 비중 확대를 고려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정제마진 개선 조짐은 최근 흐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복합정제마진은 2025년 4분기부터 반등 흐름을 보이며 회복 신호를 나타냈다. 휘발유·경유·등유 등 단순 정제마진 역시 점진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1월 2일 기준 WTI는 배럴당 57.7달러로 전주 대비 0.3% 하락했고 납사는 톤당 538달러로 전주 대비 0.7% 내려 정제원가 부담은 다소 완화됐다. 반면 벤젠(1.5%), 자일렌(0.8%)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반등세를 보이며 정유-석화 복합 생산 구조를 갖춘 업체의 마진 방어에 긍정적 작용을 할 전망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장기적으로 기회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제설비 고도화 수준이 산업 수익성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 정유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복합 설비 비중과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정유업계 실적 발표가 있는 1분기와 맞물려 이번 베네수엘라발(發) 중질유 수급 불확실성 이슈가 재조명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원유시장 지형 변화는 크랙 스프레드를 중심으로 수혜 산업과 비수혜 산업간 양극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고도화 설비 중심 ‘체질 개선’ 기업이 투자자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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