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헬스장 등록과 식단표 작성이 새해의 풍경처럼 반복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자주 빠진다. “우리는 왜 늘 새해에 살을 빼려고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오래된 역사 속에 숨어 있다. 새해를 ‘절제의 시간’으로 인식한 문화는 현대 다이어트 개념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세계 미인들의 소식과 자기통제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화려한 연회와 향락의 이미지로 기억되지만, 새해를 앞둔 시기에는 식사를 줄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꿀과 무화과, 대추야자, 허브를 우린 물로 하루를 시작했고, 고기 섭취를 최소화했다. 이는 단순한 체중 관리가 아니라, 새해를 맞이하기 전 몸과 정신을 정화하는 의식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과식이 신과의 소통을 방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귀족 여성들 역시 새해에는 ‘배부른 상태’를 경계했다. 『겐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정월 초하루에 흰밥과 맑은 국, 소량의 절임 채소만을 먹는다. 기름기 없는 식사는 몸을 가볍게 할 뿐 아니라, 마음을 단정히 다잡는 행위였다. 이는 오늘날 일본에서 새해 다이어트가 극단적인 감량보다 ‘식사량 조절’에 초점을 두는 문화적 배경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패션 아이콘 코코 샤넬은 새해마다 “옷을 바꾸기 전에 식사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말의 과식을 경계했고, 새해 첫 주에는 수프와 커피, 사과 위주의 식단으로 몸을 리셋했다. 샤넬에게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이 아니라 ‘자기 통제의 상징’이었다.
오드리 헵번은 말년 인터뷰에서 “나는 많이 먹지 않지만, 배고프게도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의 새해 식단은 수프, 요거트, 사과, 통곡물 빵처럼 단순했다. 특히 저녁을 가볍게 먹는 습관은 오늘날 ‘16:8 간헐적 식사’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재클린 케네디는 미국식 풍성한 식탁 속에서도 샐러드와 생선 위주의 식사를 고수했다. 새해가 되면 디저트와 빵 섭취를 줄이고, 점심을 가장 든든하게 먹는 방식으로 체중을 관리했다. 이는 현재 영양학에서도 권장되는 식사 패턴이다.
일본의 배우 겸 문화 아이콘 다카미네 히데코는 “배가 70% 찼을 때 수저를 내려놓는 것”을 평생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녀는 새해 첫 주 동안은 된장국과 밥 반 공기, 생선 한 점으로 식사를 마쳤다. 일본식 ‘하라하치분메(腹八分目)’ 철학은 다이어트를 문화로 만든 대표 사례다.
나라별로 다른 새해 다이어트 음식
세계 각국의 새해 식탁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드러난다. 축제의 시작점에 오히려 음식은 단출해진다는 점이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새해 첫날 죽(粥)을 먹는 풍습이 남아 있다. 쌀과 물을 오래 끓여 만든 죽은 소화 부담이 적고, 위장을 쉬게 한다. 당나라의 양귀비가 즐겼던 약선 죽 역시 체중 관리보다는 몸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음식이었다.
한국에서도 새해에 떡국을 먹지만, 전통적으로는 고기보다 맑은 국물과 얇게 썬 떡이 중심이었다. 한 그릇의 떡국은 ‘많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새해를 여는 상징적 식사’였다. 이는 현대의 저탄·저염 식단과도 연결된다.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새해 다이어트가 자연스럽다. 렌틸콩 수프는 풍요의 상징이지만, 소량만 먹는다. 배우 소피아 로렌은 평생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거부했지만, 새해만큼은 올리브오일을 줄이고 채소와 콩 위주의 식사를 선택했다. 그녀는 “배를 비우면 얼굴이 먼저 가벼워진다”고 말하며, 식사량 조절을 최고의 미용법으로 꼽았다.
북유럽에서는 새해 다이어트가 ‘덜 먹기’보다 ‘단순하게 먹기’에 가깝다. 스웨덴에서는 절인 청어나 생선 수프를 소량 섭취하며, 설탕과 밀가루 섭취를 줄인다. 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연말연시에도 디저트 대신 따뜻한 수프와 차로 하루를 시작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지역일수록 과식은 오히려 몸을 무겁게 만든다는 인식이 강했다.
스페인에서는 새해 이후 1월 한 달을 리셋의 달로 여긴다. 이 시기에는 햄과 치즈 소비가 줄고, 대신 채소 스튜와 생선 요리가 늘어난다. 특히 갈리시아 지역에서는 문어 샐러드처럼 단백질은 충분하지만 지방은 낮은 음식이 다이어트 식사로 활용된다.
다이어트의 본질은 ‘덜 먹는 선택’에 있다
현대의 다이어트는 종종 ‘얼마나 빨리 빼느냐’에 집착한다. 하지만 세계의 새해 식문화와 여성 아이콘들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다이어트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것은 극단적인 절식이 아니라, 과식을 피하는 생활의 리듬이었다.
새해에 덜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체중계 숫자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다. 한 해 동안 무엇을 과하게 소비해왔는지 돌아보는 과정이다. 음식은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대상일 뿐이다. 역사 속에서 기억되는 여성들은 몸을 혹사시키지 않았다. 대신, 불필요한 것을 조금씩 덜어냈다.
오늘날 새해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들에게 세계의 식탁은 중요한 힌트를 준다. 굶지 않아도 되고, 유행하는 식단을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과식하지 않는 선택, 그 선택이 반복될 때 몸은 자연스럽게 균형을 되찾는다.
미인이 새해에 덜 먹는 이유는 살을 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절하기 위해서다. 새해의 첫 식탁이 가벼울수록, 한 해의 생활은 오히려 오래 지속된다. 다이어트는 결심이 아니라, 새해를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여성경제신문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foodnetwor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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