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지난해 은행권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를 보냈다. 어김없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또한 책무구조도가 도입됐음에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를 비롯해, 배임·횡령·사기 등 각종 금융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올해는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물론 금융사고로 인한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올해는 비이자 부문 확대·건전성 강화·금융소비자 보호는 물론 정부 정책 기조인 생산적 금융 확대·인공지능(AI) 대전환 등이 주요 경영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편집자 주>편집자>
은행권의 2026년 병오년(丙午年) 경영 핵심 키워드는 단연 '생산적 금융'이 꼽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줄곧 은행권의 이자이익을 언급하며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물론 주요 금융그룹이나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모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거나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 李 대통령, 금융권 이자장사 비판…생산적 금융 전환 촉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44조8000억원으로 2024년 동기(44조4000억원) 대비 0.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분기별로 1분기 약 14조9000억원, 2분기 약 14조9000억원, 3분기 약 15조1000억원 등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자이익은 금리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0.07%p)에도 불구하고 이자수익자산(3413조50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은행권을 향해 '이자장사'를 언급하며 생산적·포용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인 7월, 금융권의 막대한 이자이익을 두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발전해야 한다"며, "손쉬운 주택 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나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는 발언을 남겼다.
이어서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가계 담보대출에 주력하는 국내 금융사들의 영업 행태를 비판하며 '생산적 금융'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영업 행태를 보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땅이나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먹는 것이 주축 아니냐”면서, "원래는 기업 영역이나 생산적 영역에 돈이 흘러가야 하는데 이게 전부 민간 소비 영역에 다 몰려 있다는"고 지적했다.
이어서 "금융기관도 공적 기능을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악착같이 한 건 좋은데, 그러다 보니 금융 영역은 가장 자유주의적인,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최첨단 영역 같은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포용적·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2026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모인 금융 수장들은 나란히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강조했다.
먼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자금흐름을 첨단전략산업, 벤처·창업, 자본시장 등으로 대전환하는 ‘생산적 금융’을 본격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을 선도하는 '금융 대전환'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올해는 미래를 여는 생산적 금융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달라"며, "혁신적 기술과 잠재력을 갖춘 벤처·중소기업이 자금난으로 성장 기회를 잃지 않도록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5대 금융, 5년동안 생산적 금융에 508조원 공급
주요 금융그룹은 주력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생산적·포용적 금융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5년동안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을 공급한다. NH농협금융은 108조원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100조원과 80조원을 투입한다.
생산적 금융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활발히 진행됐다.
KB금융은 '기업투자금융(CIB)마켓부문'을 신설해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그룹의 전략적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CIB와 자본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그룹의 투자∙운용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핵심계열사인 은행은 생산적 금융 지원 조직인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여신 관리·심사 조직을 재편해, 생산적 금융의 실행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KB금융은 지난해 7월 포용금융 전담부서를 선제적으로 신설했으며, ‘포용금융부’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포용금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한금융도 부동산 담보 중심의 금융 관행을 개선하고 생산적 금융 중심의 금융 구조 전환을 목표로 하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의 성공적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위원회’와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발족했다.
주요 자회사도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여신그룹 내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해 제도 설계부터 운영·리스크 관리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투자 중심의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시너지부문 산하의 CIB 본부를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로 분리 및 확대 개편해 새롭게 신설된 ‘투자·생산적금융부문’으로 재편했다. 또한 ‘투자·생산적금융부문’ 직속의 생산적금융지원팀을 신설해 그룹 전사적 차원의 생산적 금융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관계사 간 협업과 실행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생산적·포용금융을 위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자 우리은행은 IB그룹과 기업그룹에 투·융자 전담 조직을 각각 신설했다. 이를 통해 AI·반도체·이차전지 등 10대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유망 산업에 그룹 타 계열사와 함께 투자하고 지역성장기업 및 혁신벤처기업 등에 적시성 있는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도 지난해 10월 2일부터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조직'을 가동하고 있으며 현재 △모험자본·에쿼티 분과 △투·융자 분과 △국민성장펀드 분과 등 3개 분과의 실행 구조를 운영 중이다.
주력사인 NH농협은행도 중소기업고객부를 기업성장지원부로 재편해 생산적 금융국을 두고 은행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흘러가도록 기반을 마련하며, 여신심사부에 전략산업심사국을 신설해 여신심사 역량을 고도화한다. 또한, 농식품 성장투자단 내 투자운용팀 확대로 유망 농식품기업 발굴을 강화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는 실적도 실적이지만, 주요 금융그룹 및 은행의 신년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며,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투자를 확대해 금융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포용금융도 적극적으로 실천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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