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지금까지 내실을 다져 고객 신뢰를 회복했다면 앞으로는 기술 중심 회사로 혁신해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이하 LGD) 대표이사·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긴 말이다. LGD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극심한 실적 변동성을 겪으며 뼈를 깎는 사업 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다.
2022년과 2023년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IT 수요 감소와 LCD 가격 하락 그리고 OLED 전환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겹치며 수조원 단위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고난의 시기였다. 2023년에는 매출액이 21조3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하며 경영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LGD는 2024년 들어 수익성이 낮은 LCD TV 패널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모바일 및 차량용 OLED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이 전략이 주효하면서 2024년 4분기에는 매출액 7조8330억 원, 영업이익 83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폰 OLED 패널 공급 확대와 대형 OLED TV 패널의 출하량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에는 2분기 비수기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연간으로는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8조6092억원, 영업이익 348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익이 약 1조 원가량 개선된 수치로 OLED 중심의 사업 고도화가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요인을 살펴보면 OLED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65%까지 상승한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면적당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인 1365달러를 치솟은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W-OLED 출하량이 연간 600만대 중반까지 증가했고 이는 가동률 상승과 고정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주목된다. LGD는 2023년 말 정 대표가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약 10%에 가까운 인력을 감축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인력 구조 효율화에 따른 일회성 비용 400억원을 지출한 바 있다. 다만 일회성 지출 400억원을 반영하고도 43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원가 구조가 개선됐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올해 LGD는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을 통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D의 예상 매출을 약 26조5820억원,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에서 최대 1조3100억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지난해 대비 약 40% 성장한 수치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의 근거 중 하나는 감가상각 종료에 따른 고정비 감소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장치 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되며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이익률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LGD의 경우 조 단위의 투자가 집행됐던 파주 E3, E4 라인에 이어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의 설비 감가상각이 2025년 연말부터 2026년 상반기 사이에 마무리된다. 광저우 공장은 전체 대형 OLED 캐파(CAPA)의 절반에 해당하는 월 9만장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상각 종료 시 연간 수천억원의 고정비가 이익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낳는다.
이와 함께 올해 IT OLED 부문은 LGD의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엔진이 될 전망이다. 애플의 올해 로드맵에 따르면 맥북 프로 시리즈는 기존 LCD에서 14.3인치 및 16.3인치 하이브리드 OLED 탠덤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이 예고돼 있다. 탠덤 구조는 유기물 층을 2층으로 쌓아 밝기와 수명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기술로 LGD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율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8.6세대 IT용 OLED 생산 라인 투자는 올해 시장 주도권을 결정짓는 중요한 승부처다. 삼성디스플레이(이하 삼성D)와 중국 BOE 등 경쟁사가 모두 올해 양산을 목표로 8.6세대 라인을 구축 중인 가운데 LGD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8.6세대는 기존 6세대 대비 유리 원장 크기가 2.25배 커서 노트북용 패널 생산 효율성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는데 LGD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기술 고도화와 점진적인 캐파 확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중국 업체들의 OLED 캐파 확대다. BOE는 올해 1분기 중 8.6세대 OLED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일정을 앞당기며 LGD와 삼성D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저가 공세는 중소형 OLED 시장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1~2년 이상 유지될 것으로 분석한다. 탠덤 구조 OLED나 대형 W-OLED의 대량 양산 수율과 신뢰성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노하우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든 해자를 형성하고 있다. LGD는 중국 기업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차량용 및 하이엔드 IT OLED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가격 하락 압력을 상쇄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LG디스플레는 OLED 중심 판매 전략과 비용 구조 최적화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IT 디바이스 시장 위축 등이 의외의 변수가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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