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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하상렬 서대웅 기자] 쌀값이 ‘금값’으로 불릴 만큼 가격이 오르자 정부가 수입쌀을 늘리는 대책을 내놓는다. 수입 쌀에 대한 특별긴급관세 기준을 15%가량 높이는 방안을 통해서다.
700%에 육박하는 초고율 관세를 매기는 기준을 높여 수출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이지만, 최근 쌀 가격이 전년 대비 25% 치솟으며 서민 밥상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하면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쌀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쌀 가격은 오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남은 쌀을 매입하거나 비축미를 방출하는 등의 시장 개입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쌀값 안정보다 양곡관리법상 ‘식량의 안정적 확보’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정부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다.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벼·현미·찹쌀·쌀가루 등 미곡류 16개 품목의 특별긴급관세 발동 기준 물량을 지난해(44만 236t)보다 15.2% 상향한 50만 7270t으로 조정했다. 특별긴급관세는 특정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할 때 일정 물량 이상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기준을 넘어설 경우 세율은 684%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의 잇따른 쌀값 안정 대책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확기를 앞두고도 쌀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비축미 5만5000t을 유통업자 등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방출하는 대책을 냈다. 하지만 오히려 쌀값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불을 지피며 쌀값 안정에 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025년산 수확기 전국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당 평균 23만 940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역대 최고치다. 쌀의 물가지수 상승률은 7.7%,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크게 웃돌며 가계 부담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양곡관리법을 의식해 쌀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 양곡법은 정부가 쌀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 가격이 내려가지 않도록 미리 정부가 관리에 나섰다는 얘기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쌀값 상승에는 가격 하락을 막으려는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돼 있다”며 “양곡법 개정에 따라 쌀값이 일정 가격 밑으로 내려가면 정부가 시장 개입하게 돼 있기 때문에 시장개입을 하지 않도록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격리’, 남는 쌀을 매입하는 제도가 쌀값을 높이는 원인이 되는 만큼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쌀값은 농민과 소비자 사이 결정한 가격”이라며 “정부 입장은 소비자보다 농민을 더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를 내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쌀을 수입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해 정책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쌀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정부가 대응했다면, 이게 최선의 정책인지 고민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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