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제 전문 매체 기밀보는 2025년 12월 28일자 기사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인사 교체 문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이 2026년 미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개월간 이어진 트럼프의 공세는 미국 경제 시스템의 가장 민감한 ‘레드라인’ 중 하나로 여겨져 온 연준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시험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금리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노골화해 왔으며, 이는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과의 잦은 충돌로 이어졌다. 파월 의장은 2025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다가 9월에 들어서야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는 백악관의 추가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됐다.
양측의 갈등은 점차 격화됐다. 트럼프는 파월을 공개적으로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비공식적으로 차기 연준 의장 후보 물색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은 분명하다. 자신의 경제 철학, 즉 가능한 한 낮은 금리를 지지할 인물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불안을 낳고 있다. 기밀보가 실시한 제46차 시장 심리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에 기반을 둔 30개 자산운용사(운용자산 총액 약 700억 유로) 중 12곳은 “연준 인사가 트럼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질 경우 금융자산 전반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연준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연준은 2025년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를 결정해 기준금리 범위를 3.50~3.75%로 낮췄다. 이는 물가보다 노동시장 둔화를 더 크게 고려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4.4%까지 상승하며 4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대한 우려는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3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8%로 둔화됐다.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돌지만, 시장에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역시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2026년 5월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누가 연준을 이끌 것인가다. 트럼프의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케빈 해싯이다. 그는 과거 정치적 압력에 따라 무리한 금리 인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 연준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장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준 바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후보로는 트럼프의 경제 노선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케빈 워시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SNS **리얼 소셜**을 통해 “내 통화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연준 의장이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장이 잘 작동할 때 금리를 인하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는데, 이는 연준 독립성의 전통적 정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투자사 ‘광년’의 알바로 케사다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채권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스페인 경제학자 마리아 헤수스 메디나는 “연준은 12명의 위원이 집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며 독립성이 과도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아직 최종 후보가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트럼프가 기대하는 정책 완화 속도가 파월이 구상한 2026년 금리 인하 경로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간극이야말로 2026년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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