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진혁 기자= 정정용 감독은 일명 ‘축구 흙수저’다. 가장 밑에서 시작한 축구 인생은 버티고 버티다 보니 어느덧 K리그 최고 명문 구단까지 이어졌다. 그는 이곳에서 ‘마지막 꽃’을 피우고자 한다.
6일 오후 1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 기자회견실에서 제10대 전북현대 정정용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전북이 정정용 감독과 함께 새 시대를 시작한다. 지난 시즌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과 함께 K리그1, 코리아컵 우승으로 ‘더블’을 차지하며 완벽한 왕좌 복귀를 알렸다. 1시즌 만에 포옛 감독과 결별한 전북은 정 감독을 필두로 ‘혁신과 성장의 2.0 시대’를 준비한다. 박진섭, 송민규, 권창훈, 홍정호 등 기존 핵심을 대거 내보냈고 정 감독의 김천상무 시절 애제자 김승섭, 차세대 골키퍼 이주현 영입 등 선수단 개편을 진행 중이다.
정 감독은 선수 시절 프로 무대도 밟지 못한 무명의 축구인이었다. 실업팀 이랜드푸마 소속으로 활약하던 중 심각한 머리 부상으로 1997년,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정 감독은 피우지 못한 축구 열정을 지도자로서 해소하고자 했다. 현역 시절에도 명지대학교 대학원 체육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은퇴 이후에는 2005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 밖에도 포르투갈로 축구 유학을 떠나는 등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지도자 생활 역시 가장 밑에서부터 시작했다. 정 감독은 용인 태성중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 지도자로서 U14, U16, U21 등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단계별로 역임했다. 이후 대구FC 수석 코치와 현풍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을 병행했고 2016년 정 감독 커리어의 백미인 U20 연령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9년 U20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 준우승,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준우승 등 굵직한 업적을 쓴 정 감독은 2020시즌을 앞두고 서울이랜드 사령탑에 오르며 생애 첫 프로팀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23년부터 3시즌 간 군팀 김천을 성공적으로 지휘했고 2026시즌을 앞두고 K리그 최고 명문 전북 감독으로 선임되며 성인 국가대표팀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단계의 감독직을 수행하게 됐다.
‘흙수저’ 정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고 ‘마지막 꽃’을 피우고자 한다. “초중고 지도자를 전부 다 했다. 대학교 총감독까지 했다. 프로팀 2부, 1부 그리고 전 세계에도 없는 군팀까지 모든 지도자는 다 해본 것 같다”라며 “마지막으로 K리그 최고의 구단에서 지도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최대한 노력해 꽃을 피워보고 싶다. 제 마지막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가장 밑에서부터 지도자의 꿈을 꿔온 정 감독인 만큼 정 감독의 행보를 통해 희망과 동기를 얻을 ‘제2의 정정용’이 축구계 외진 곳 어딘가에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그 정도 조언을 한 정도는 아닌데”라며 멋쩍게 웃은 정 감독은 협회 전임지도자로 있으면서 여러 후배 지도자를 만난 경험을 회상했다.
“버티고 버텨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협회 전임 강사를 했을 때 많은 지도자를 만났다. 엘리트 선수 100명 중 1명이 될까말까다. 그렇다고 나머지 99명이 지도자로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성공이 좋은 지도자로 이어지진 않는다. 좋은 선수로 성장해 지도자를 하면 배가 되겠지만, 선수로서 부족해도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다. 그 역할을 제가 조금이나마 감당할 수 있어 감사하다. 부단히 노력하겠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겠다”라며 자신과 같은 ‘축구 흙수저’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된 책임감을 말했다.
정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은 걸로 안주할 생각이 없다. 항상 배움과 성장을 멈추지 않은 그의 인생처럼, 정 감독은 전북에서도 굵직한 업적을 남기고 싶다는 열정을 드러냈다. “박물관도 만들었는데 ‘제10대 감독’ 말고 우승컵을 하나 들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때도 오겠지만, 전 감독처럼 멋있게 떠나고 싶다. 박수받고 떠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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