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당 등 주체에 대한 지지율은 종합적인 의견 표명이라 할 수 있지만 지엽적인 사실과 그로 인한 정서적 요인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임기제인 선출직의 경우 지지율이 낮아지거나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경우 과감한 개혁 등 미래를 위한 의제를 만드는 데 힘을 쓸 수 없다. 법적인 권한은 있는데 설득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지지율의 기본값이 사실상 정해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지지율의 직접민주주의 장점 가미를 희석하고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정치적 양극화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제시하거나 지지하는 정책 및 사안에 대해 맹목적인 동의를 하는 결과가 지지율에 반영되는 경우 지지율은 오히려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정당이 지지율을 참고해 국민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생각을 국민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정당 등이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당이 지지율이란 내비게이션을 미리 설계해 놓고 형식상으로는 실패할 수 없는 길을 가는 아주 손쉬운 대의민주주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주체들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 숙의하고 조정해 사회를 통합하는 방향의 운영이 아닌 자신들이 설정한 의제 등을 사실상 강요하는 방법으로 지지율 등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 기조와 노선이 점점 더 희미해지는 현대에 있어 각 정당의 태생적 의제 설정의 한계도 사라진 마당이라 지지율을 통한 국민에 대한 정책 강요엔 거침이 없다. 이 같은 지지율의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되찾기 위해 몇 가지 여론조사와 관련해 고민해 볼 지점이 있다.
첫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등 조사는 지지율이 대통령의 유용한 참모이기도 하므로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각 정당 지지율과 별도로 ‘국회’의 의정 지지율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정당의 지지율만 조사 발표되는 경우 각 정당의 의정 활동의 총합인 국회 활동에 대한 평가가 조사 발표되지 않아 각 정당 상호 간 상대평가만 갖고 국민의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활동의 결실인 입법과 국정 견제 등 국회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치적 양극화의 영향을 덜 받는 성적표를 보는것이 필요하다.
정당에 대한 지지율 조사는 대부분 정책 등 설정된 의제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정당 내부의 분위기 등 도덕적 또는 정치적 평가가 지지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둘째, 때로는 블라인드 여론조사를 통한 정책 지지율을 조사해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각 정치 주체가 주장하는 정책 및 의제에 대해 해당 정치 주체를 지지하는 국민은 일단 찬성하는 분위기가 강한 현실에서 특정 정책이나 의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특정 주제에 대해 정치 주체의 당론 등 입장이 비공개된 상태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등 정책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하고 발표한 후 각 정당의 입장이 사후에 국민에게 발표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러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해봄으로써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지지율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며 선량들로 하여금 지지율만을 나침반으로 한 너무 손쉬운 정치를 향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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