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결정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입시 일정에 맞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에서 의대 입학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 입학 규모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6일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보정심 2차 회의가 열렸고 위원들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의 의사 인력 수급 추계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를 기반으로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2027학년도 의대 입시 정원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입시 일정상 2월 초 이전에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추계위는 지난해 12월 30일 발표에서 2035년 의사 부족 규모를 1535~4923명, 2040년 부족 규모를 5704~1만1136명으로 제시했다. 이는 앞선 중간 발표에서 제시된 최대 1만8739명 부족 전망보다 줄어든 수치로, 2024년 기준 성·연령별 1인당 의료이용량 수준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의료이용량을 산출한 결과다.
의료계는 추계위가 도출한 결과의 근거와 과정이 부적절하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사 인력 수급 추계가 인구구조 변화, 질병구조 및 의료이용 행태, 의료기술 발전, 지역·전문과 편차, 전달체계 및 근무 형태 변화 등 복합 변수가 맞물린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는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기보다 단일 숫자 중심으로 단순화해 제시됐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추계에 적용된 전제와 가정, 자료 범위, 모형과 산출 과정이 충분히 공개·검증되지 않아 신뢰성과 재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환자단체·노동계·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추계위 결과를 검토하며 의료 서비스 공급자 측이 ‘과학’의 언어를 빌려 직역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추계위 과정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변수로 하한을 낮추는 데 영향력을 행사해놓고 발표 직후에는 근거·자료가 없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결과 전체를 부정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계위가 출발부터 공급자 측이 과반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구조였다는 점을 들어 그 구조에서 나온 결과마저 부정한다면 “어떤 수치가 나와도 증원은 안 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절차를 소비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의정 갈등 등 비정상 시기를 정상으로 끌어와 의료 수요를 ‘현재 특정 시점 고정’ 방식으로 낮추는 접근이 재검토돼야 한다고도 했다.
2024년 전공의 이탈과 의료공백으로 의료 이용이 억눌렸던 상황을 특정 시점으로 고정해 향후에도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당시의 치료 지연과 의료공백이 ‘적정 이용’으로 간주돼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구조적 부족이 통계에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에 비정상 시기의 의료이용을 고정한 추계를 정원 결정의 하한선으로 사용하지 말고 2020~2024 임상활동 확률 적용 효과를 공개 검증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의사 근무 강도 완화를 논의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인력 확충을 병행해야 하며 정원 확대가 지역·필수·공공의료로 실제 연결될 수 있도록 배치·근무·교육·지역 인프라를 포함한 지원 패키지와 ‘실행계획’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0% 안팎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23년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 바 있다.
또 지난해 7월 서던포스트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병원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1.8%에 달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