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7000억 달러 돌파에 성공했지만, 이 같은 성과가 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만든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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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출 반도체만 ‘맑음’…품목별 양극화 심화 대비해야
지난해 역대급 수출 기록을 세웠고, 올해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낙관할 때가 아니라는 조언이 이어진다.
임웅지 한은 조사국 거시전망부 국제무역팀 차장은 6일 “최근 2~3년 동안 비IT품목 수출은 정체돼왔다”면서 “냉정히 보면 이는 우리 경제 기초체력이 강화된 결과라기보다 폭발적인 AI 수요라는 외부 요인에 기인한 착시현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임 차장이 작성한 ‘반도체 호황이 관세 공포 덮었지만 안주할 수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수출은 반도체 부문이 실적을 끌어올리겠지만 자동차부터 철강 등 비반도체 수출은 부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간 미국의 관세 인상분을 마진 축소로 버텨온 전략이 한계에 이르고, 기업들의 현지 생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임 차장은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K컬처에 기반한 식품·화장품 등 차세대 수출 동력을 육성해 과도한 반도체 의존을 완화하고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수출 품목을 개발해 과도한 반도체 의존을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임 차장은 산업별 양극화가 지역별, 소득 계층별 양극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산업별 양극화는 기업 규모별, 지역별, 소득 계층별 양극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수도권·고임금 인력의 비중이 높기 때문인데 양극화는 그 자체로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특정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 취약성이 커지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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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응용 역량 키우고 K수출품목 다변화해야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수출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수출 구조를 만들 때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AI 응용 분야가 손꼽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 관점에서 보면 올해는 칩 한 개의 성능을 넘어 시스템 전체 효율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칩 설계뿐만 아니라 패키징과 전력 설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융합 인재와 연구가 필요한 만큼 국가적으로 시스템반도체와 AI 응용 분야에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K수출 품목을 다변화해, 반도체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유망소비재(농수산식품·화장품·패션의류·생활용품·의약품) 수출액은 464억달러(약 67조원)로 전년대비 8.5% 증가했다.
절대적 금액으로는 아직 크지 않지만, 성장세로 보면 지난해 전체 수출액 증가율(3.8%)의 증가율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수출 기초 체력 개선을 위해 정부의 체계적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K콘텐츠와 뷰티 관련 상품들은 과거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되다가 중국의 한한령 영향으로 최근엔 오히려 글로벌 시장쪽으로 확대가 됐다”면서 “뷰티는 물론 캐릭터 상품이나 푸드 등 여러 부대산업들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간 정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자생적으로 늘어났다면 이제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수출 규모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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