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올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서는 공통적으로 ‘성장’보다 ‘관리’에 방점을 둔 기조 변화가 읽힌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는 안전과 재무 안정성, 현금흐름 관리 등 기본 체력을 우선 과제로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주택시장 둔화,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경영 우선순위를 재정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 신년사를 발표한 주요 대형 건설사 CEO들은 예외 없이 AI를 핵심 키워드로 언급했다. 특히 AI를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미래 성장 기반 및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규정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삼성물산은 AI와 디지털 전환(DT)을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재무·구매·원가 관리 시스템 일원화를 통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에너지 수요 확대 등 중장기 기회를 언급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사업 성과 창출의 본격화도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AI 인프라 솔루션 제공자로의 변화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장동현 부회장은 "AI 인프라 분야에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IDC)라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며 "하이테크 사업은 반도체 중심 인프라 전문성 극대화를 통해 BM(비즈니스 모델) 확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설루션 사업은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고수익·저리스크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년사를 발표한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역시 AI를 업무 혁신의 도구로 제시했다. 대우건설은 AI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현장과 본사, 기술과 인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초연결’ 생태계 구축을 언급했다. DL이앤씨는 AI를 모든 업무에 확대 도입하고, 소형모듈원전(SMR)과 발전사업, 데이터센터와 해외시장의 확대를 도모해 미래의 성장기반을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GS건설은 AI를 활용한 실질적 역량 확보, 건설업의 본질적 경쟁력인 품질, 안전, 공정, 원가의 기반 강화 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AI와 함께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강하게 강조된 또 다른 키워드는 ‘안전’이다.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CEO들은 안전을 비용이나 규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규정했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이제는 축적되고 생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는 협력업체와 단절하고 불안전하게 작업하는 근로자는 우리 현장에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성과는 지속될 수 없으며, 안전이 곧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인식이 조직 전반에 내재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 안전과 품질에 대한 원칙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며 “현장의 안전은 어떤 명분으로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선제적 관리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재무 건전성과 현금흐름 관리 역시 빠지지 않았다. 예컨대 DL이앤씨는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 강화를 강조하며 투자된 자금의 적극적인 회수 노력 및 수익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을 밝혔다. 중견 건설사 CEO들 역시 현장 중심 경영 및 미수금 회수와 원가 관리 강화, 수익성 중심 사업 선별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공격적인 수주 확대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설사 CEO 신년사는 성장 담론보다 관리와 실행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라며 “불확실한 업황을 방어하면서 중장기 경쟁력을 준비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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